[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가상화폐)와 관련해 은행들을 현장점검한 결과, 일부 거래소들이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편법으로 투자자 자금을 이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가상계좌를 발급할 때 내부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도 밝혀졌다.
23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암호화폐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합동으로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암호화폐 거래소와 금융거래가 많은 6개 은행이 지난 1월부터 16일까지 집중 점검을 받았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반적으로 은행에 별도의 모계좌를 지정해 가상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직접 집금하게 된다.
하지만 현장점검에 따르면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에 개설된 일반 법인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집금하고, 이 자금 중 일부 금액을 암호화폐 취급업소의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적발된 암호화폐 거래소 A사는 5개 은행의 계좌를 통해 이용자의 자금을 모아 A사 명의의 다른 계좌로 109억원을 보냈다. 이 109억원 중 42억원을 대표자 명의의 가 은행 계좌로, 33억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나 은행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은행의 집금계좌를 거쳐 암호화폐 거래소 임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이용자의 자금이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의 여러 계좌로 이체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상계좌의 모계좌가 아닌 일반 법인계좌를 집금계좌로 하게 되면 암호화폐 거래소 법인과 대표자간 금융거래에서 사기, 횡령, 유사수신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법인계좌에서 거액자금 인출 후 다른 거래소로 송금하는 경우 시세조종 등도 가능하며, 회계관리 불투명해져 투자자의 피해도 우려된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은행들의 위험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줄 때 내부 절차에서 정한 승인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자금세탁위험에 대한 검토가 없이 가상계좌를 발급한 경우도 드러났다.
통신업, 쇼핑몰 등 암호화폐 거래와 무관한 업종의 법인이 암호화폐 관련 금융거래를 위해 계좌를 개설했음에도 은행들은 이를 식별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암호화폐 관련 금융거래에 대해서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 의심거래를 식별해야 하는데도 은행들이 별도의 추출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보고 책임자가 의심거래 보고를 검토해야 함에도 담당실무자가 임의로 보고를 제외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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