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법정관리 문턱을 밟았던 금호타이어의 잔인한 봄은 일단락됐다. 대출금 회수를 염려했던 시중은행들도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경영정상화 속도에 따라 환입 가능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은행별 금호타이어 대출은 우리은행 3천600억원, KEB하나은행 1천500억원, KB국민은행 669억원, 신한은행 490억원이다.
주채권단 산업은행은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 매각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외국자본에 넘기기로 확정한 이상 이제부터 기술·자본 '먹튀'에 대한 치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이미 중국 기업에 의한 쌍용자동차 'SUV기술 먹튀' 사례를 우리 국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상하이자동차 역시 더블스타와 동일하게 독립경영·자본투자·고용유지를 약속했으나 말 뿐이었다.
인수 다음 해 부터 한국인 대표와 임원을 해임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투자 약속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인수대금 6천억원의 2/3를 차입금으로 충당하고 차일피일 직접투자를 미루다가 법정관리 신청 후 '먹튀'를 단행했다.
당시 쌍용차의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장쯔웨이 부사장과 필립 머터프 부사장은 "현대 자동차산업은 대규모로 글로벌화돼 있기 때문에 기술유출 논란은 더 이상 맞지 않다"는 말로 포장하고 발뺌했다.
이후 다시 채권단에 의해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159명이 정리해고되는 사태를 겪으며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이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치밀한 방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 같은 판박이 사례가 금호타이어에서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차 머터프 사장의 "쌍용차의 지분 51%를 갖고 있어 합작회사가 아니라 중국회사로 규정된다"는 발언처럼, 금호타이어 역시 한국 입장에서 '자본유치'라 볼 게 아니라 '매각'이란 관점에서 더욱더 치밀하게 이 문제를 거론하고 단속해야 할 것이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지난달 2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기업을 인수한 중국기업의 전형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먹튀' 가능성 불식에 주력했다.
차이 회장은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기술을 가져가려는 것이 아니라 상생발전을 원하고 있다"는 말로 여론을 환기했다. 또 기존의 M&A방식으로 금호를 통제나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협력·파트너 관계로 삼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제 금호타이어 노사와 더블스타, 채권단이 참여하는 '미래위원회'가 출범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게을리 한다면 금호타이어의 봄은 또다시 악몽으로 기억될 것이다.
산업은행 주채권단과의 협상에서 더블스타의 지분 매각을 3년 동안 금지했으나 그 이후엔 보장이 없다. S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쌍용차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던 상하이차 역시 4년 만에 도주하다시피 한국을 떠났다. 기술만 빼먹고 '먹튀'할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진다. 미래위원회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