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앞으로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위 차원에서 하도급 문제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간 상생방안 발표회'에서 "하도급 거래는 실제로 소수의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 간의 거래로서 액면 그대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이 점을 고려해 원사업자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전속거래 강요 금지, 하도급 대금 조정 요건 확대, 대기업의 대금 지급조건 공시 의무화 등 대·중소기업 간 성과공유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이 일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하기로 하고, 상당수 과제는 입법 조치까지 마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하도급 대금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막는다는 차원을 넘어,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는 차원까지 올리려고 한다"고 밝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까지 공정위가 가맹 분야의 문제 개선에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하도급 분야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5개의 지방사무소로 신고가 들어간 사건 중 하도급 관련 사건이 60%"라며 "신고가 10건, 20건, 심지어는 30건 이상 접수된 기업들도 있는데 오늘 참석한 기업이 소속된 그룹도 일부 포함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모든 신고들을 개별로 처리를 하면 실효성이 없다"며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신고가 다수 접수된 기업은 본부 차원에서 직권조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공정위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법 집행의 노력이 불공정하도급 거래 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공정위가 다수 신고가 접수된 기업들의 사례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이를 시작으로 현실 관행으로 자리잡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공정하도급 거래 근절 위해 기업 CEO가 결단 내려야
김 위원장은 불공정 하도급 문제의 근절을 위해서는 결국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회장, CEO 등 기업 고위층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 혜택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스스로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며 "하나의 완성품이 생산되는 데에는 수많은 기술과 부품이 융합되는데,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모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불만들이 많다"며 "이날 많은 상생협력 안들이 발표됐지만, 이런 노력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 관행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특히 주목한 것은 기업 내부에서 구매부서와 상생협력부서가 차지하는 위치였다. 기업의 구매부서 혹은 상생협력부서에서 주로 협력사와의 상생 방안을 내놓고 상생의 분위기를 기업 내부에 퍼뜨리는 등의 일을 하는데, 이들이 구조적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본 것.
김 위원장은 "협력사와의 장기 거래가 이어지는 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원가 절감을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다 보니 구매부서는 납품단가를 깎으면 연초보다 목표를 추가 달성해 보상을 받는 구조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상생협력부서에 대해서는 "기업에서 한가로운 부서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며 "그런데 상생협력부서에서 목소리를 내고 개선의 필요성을 얘기하면 성가신 존재로 여기고, 심지어는 좌천되는 분위기가 기업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김 위원장은 "상생협력의 노력이 말로 끝나지 않고 현실 관행으로 안착되려면 실무 부서들의 KPI(성과지표)가 바뀌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CEO의 결단이 필요하며, CEO가 어떤 인식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느냐에 따라 기업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이자 대·중소기업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정거래협약에 참여해 달라"며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필요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당부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150개 대·중견기업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기아차, LG디스플레이, 포스코, SK하이닉스, SK건설, KT, 네이버, CJ제일제당 등 9개 대기업과 만도(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 대덕전자(삼성전자 1차 협력사) 등 2개 중견기업이 상생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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