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부와 채권단이 11일 STX조선해양의 자구안과 노사확약서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STX조선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하게 됐다. STX조선 노사는 당초 요구기한인 지난 9일 자정을 넘겨 노사확약서를 제출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수용하고 STX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법정관리의 문턱까지 갔던 STX조선은 회생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원칙을 훼손한 채 주먹구구식의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STX조선의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계획에 대해 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며 "그 결과 컨설팅에서 요구한 수준 이상으로 판단됨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회생절차 추진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은은 수주가이드라인 요건을 충족하는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키로 했다. 다만 자구계획 이행 등을 점검해 자구계획이 원활히 이행되지 않거나 자금부족이 발생할 경우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STX조선은 고강도 자구계획과 사업재편을 차질없이 추진해 정상화를 도모하게 됐다. 장윤근 대표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사우 여러분 고통이 줄어들 수 있게 2년 이내에 회사가 정상화되도록 대표이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조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앞서 노사는 채권단의 데드라인(9일 정오)을 하루 넘긴 지난 10일 새벽 자구계획과 관련 합의를 이뤘다. 양측은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등 인적 구조조정을 제외하는 대신 무급휴직과 임금삭감 등으로 인건비 75% 절감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이날 오후 산은에 자구안과 확약서를 제출했다.
STX조선이 제출한 자구안의 주요 골자는 생산직을 줄이지 않는 대신 향후 5년간 6개월씩 무급휴직을 통해 인건비 75%를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채권단이 제시한 회생조건 '고정비 40% 절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고정비를 40% 감축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기준 695명 생산직 직원 중 500명 가까이 감축, 200명선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STX조선은 2차례 희망퇴직 접수 끝에 겨우 144명 감축에 그쳤다. 노조의 극렬한 인적 구조조정 반대로 결국 추가 인력감축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채권단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수차례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해놓고 뒤늦게 정치적인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9일 "STX조선의 구조조정 문제는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자구안에 대한 확약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면서 회생절차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또, 자구안 검토결과 노사가 인력감축 대신 무급휴직 등으로 경영 정상화에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회생절차 추진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날 "STX조선 노사가 확약한 자구계획안은 컨설팅 제시 수준 이상을 충족하여 당초 인건비 등 원가절감금액을 정한 원칙에 부합한다"며 "노사간 합의를 통해 추진됐다는 점에 의미를 지니며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 향후 경영정상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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