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금융당국이 육류담보대출(미트론) 부실사태로 3천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동양생명에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기업 정상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며 반등에 안간힘을 썼지만 구한서 전 대표이사가 연임에 실패하는 등 아직까지 미트론의 그늘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결정되면 중국의 안방증권과 국내 사모펀드사의 소송 전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트론 사태 이후 1년여 만인 이달 말 동양생명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된다. 지난달 말 영업 일부정지와 임직원 문책적 경고 및 정직 등의 중징계가 사전통보되면서 제재심의위원회의 결론만 남겨뒀다.
이번 징계 수위는 생명보험업계 '빅3'에 내려진 자살보험금 관련 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록 소비자 피해는 없었더라도 동양생명의 위험관리가 매우 미흡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의 운명은 재판과 유사한 방식의 대심제를 거친 뒤 매듭지어 진다.
동양생명은 신중한 태도 속에서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중징계 사전통보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징계 수위가 정해지더라도 입장을 발표할 지는 미지수”라며 “아직까지는 가타부타 판단을 할 수 없어 이달 말 제재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원안대로 중징계가 확정되면 동양생명은 미래 포트폴리오를 수정해야 한다.
일부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향후 3년간 신사업에 도전할 수 없다. 동양생명은 2016년 미트론에 따른 3천억원의 손실을 2천662억원의 대손충당금으로 보전한 뒤에도 차액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실적을 올리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제재 이후에는 추진력의 날개가 꺾인다.
임원에 대한 징계도 예고돼 신뢰도 회복과 경영 실무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방보험 출신의 장커 부사장과 왕린하이 이사에게는 문책적 경고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장커 부사장은 2015년 이후 동양생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왔고, 왕린하이 이사는 미트론의 실무를 담당했다. 미트론의 여파로 결국 연임에 실패한 구한서 전 동양생명 대표이사만 주의 조치의 경징계가 잠정 결정됐다.
한중 외교 마찰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우선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의 전 대주주인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이 미트론 부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손실을 봤다며 지난해 6월 7천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금융당국이 동양생명에 대한 중징계를 고지하면 안방보험이 이를 유리한 증거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동양생명이 중국계 금융사로 체질을 바꾸면서 국내 금융당국의 제재가 중국 금융사와 중국인 경영자를 겨냥하게 된 점도 부담이다. 중국 당국이 우리 정부의 동양생명 제재 수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외교 비화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이 지난해 호실적을 보이며 '지난 2016년 말 발생한 육류담보대출 손해로 입은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자평했지만 징계 수위가 고지되면 다시 한 번 기억을 되살리는 셈"이라며 "특히 안방보험 인수로 중국계 보험사가 된 만큼 금융당국의 제재가 곧 외교 사인이 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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