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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희망퇴직에 이어 R&D 조직까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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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비용도 매년 큰 폭 감소, 미래경쟁력 상실 우려 목소리↑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일감부족 사태를 맞아 희망퇴직을 진행한 가운데 연구개발(R&D) 부서마저 축소키로 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친환경 기조에 맞춰 신기술 접목이 중요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R&D 분야 축소는 자칫 투자 위축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최근 R&D 중추조직인 중앙기술원(공시명칭 : 종합연구소) 내 일부 연구조직 분사를 결정했다. 연구직을 그대로 두고 기술직 35명을 외주화하기로 한 것이다. 기술직은 연구원과 함께 연구결과를 시험하고 현 기술 적합 여부를 검토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기술원은 지난 2012년 기술간 융·복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혁신적인 가치창출을 위해 출범한 연구소다. 중앙기술원 내에는 ▲선박성능연구실 ▲선박유체연구실 ▲용접연구실 ▲자동화연구실 ▲재료연구실 ▲도장연구실 등 19개 연구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최근 중앙기술원 내 용접연구실과 자동화연구실, 재료연구실, 도장연구실, 구조진동시험팀 등 일부 연구조직의 분사를 노조에 통보했다. 오는 11일 노조와 설명회를 갖고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중앙기술원은 각종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해상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재기화 시스템'이 올해 IR52장영실상을 수상했다. ▲가스처리시스템 설계기술 개발 ▲대형엔진용 SCR 시스템 개발 ▲자동차운반선 환기시스템 개발 등 자체 연구실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 조직마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수주난에 따른 매출절벽 사태가 계속되자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에 근무하는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연구개발 분야 축소가 자칫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1980년대 세계 조선업 1위를 기록하던 일본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부서인 연구개발 분야를 축소했다. 그 결과 업황이 회복되던 시기에 경쟁력을 상실, 한국과 중국에 시장을 내줘야 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아웃소싱 대상이 된 기술직은 연구 결과물을 현장에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시험 측정 업무를 더 전문적인 기업에 아웃소싱할 경우 회사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경쟁사들도 아웃소싱을 추진해 성과를 거둔 유사사례도 있다"며 "회사 측은 노동자와 원만한 합의를 통해 사안을 추진하고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추가 진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측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술직은 연구원과 호흡을 맞춰오며 각종 성과를 이뤄낸 상황에서 기술직을 비정규직으로 외주화할 경우 연구개발이 과연 제대로 되겠느냐"며 "희망퇴직에 이어 또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D 비용 매년 큰 폭으로 축소…경쟁력 상실 우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의 R&D 비용이 매년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오는 2020년부터 조선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자칫 미래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으로 총 907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 2016년(2천34억원)과 2015년(2천390억원)과 비교했을 때 무려 절반이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인건비 부문의 감소가 컸다. 지난해 인건비는 총 352억원으로 전년(947억원)과 비교해서 무려 3분의 1 급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인력규모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총 1만5천851명으로 지난 2015년(2만5천236명)과 비교했을 때 대략 1만명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성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면서 "특히 오는 2020년부터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의 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는 스마트 선박 개발도 필요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R&D 비용 감소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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