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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넘어간 보편요금제…국회도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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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통신업계 첨예한 대립으로 국회 처리 장담 못해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보편요금제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 국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정부와 업계 이견차가 큰데다 여야 역시 상당한 입장차를 보여 국회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파행도 문제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야당 측 반발이 거세고, 여당 측도 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추가 공론화 과정 등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편요금제를 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도 상당한 파열음을 낼 조짐이다.

보편요금제는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인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제시, 정부가 입법에 나섰지만 사회적논의기구인 가계통신정책협의회에서도 논란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바 있다.

이번 규개위 심사에서도 상당수 위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과반 찬성 요건을 간신히 맞춰 원안 처리에는 성공했다. 다만 정부의 시장 개입 등에 따른 위헌 논란 등이 여전하고, 알뜰폰 등 대안이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강행하고 나서면서 개정안 처리를 맡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 측은 대선 공약인 점을 감안, 원칙적으로 이를 찬성하고 있으나 공론화 과정 등 상당한 진통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 측은 과도한 시장 개입 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여기에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현재로서는 국정감사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전이 거듭되면 연내 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업계 반발 속 국회 처리 '난망' …"골치아픈 것은 사실"

일단 과방위 내 여당 측은 보편요금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다만, 사업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설득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의견까지 간극을 좁히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것.

여당 관계자는 "최근 통신사의 활발한 인수합병(M&A)과 더불어 그간 부과돼온 과징금 추이 등을 살펴보면, 통신비 인하 여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정부와 업계 이견차가 커 국회 처리 전까지 충분한 이해와 설득 과정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시장 자율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편요금제와 같은 시장 개입 대신 시장 자율에 맡길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있다는 것. 제4이동통신 추진 및 알뜰폰 지원 강화를 통해 경쟁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 관계자는 "사업자 쥐어짜기식으로 통신비를 인하한다면, 향후 이용자 후생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충분한 대안이 있는데도 정부안을 무조건 강행해서는 안되는 만큼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다 당장 보편요금제가 국회 심사대에 오르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모두 국회 정상화에 힘을 쏟고 있으나 드루킹 사태 등으로 파행이 거듭되면서 정책 현안을 처리할 여력이 없는 상황. 정부는 6월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가 마감되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사실상 상반기 내 심사는 불가능한 상태다. 하반기도 국정감사 등 일정이 있어 오는 11월이나 돼야 심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이 보편요금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이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며, "급박하게 닥친 현안부터 처리하다보면, 보편요금제가 뒤로 밀릴 공산이 크다"고 답했다.

이 같은 논란은 규개위 심사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는 대목.

실제로 지난 4월 27일 보편요금제가 규개위 심사대에 올랐으나 결정이 유보돼 11일 속개된 바 있다. 약 10시간 가량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식사도 거르고 강행한 덕분에 위원들의 피로도도 상당했다.

결론적으로 규개위원 총 24명 중 13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된다. 규개위원 중 7명이 정부 측이기에 민간위원 중 6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나머지 11명 중 일부 불참 위원을 제외해도 민간위원 중 반대자도 6명에 달했다. 찬반이 팽팽했다는 뜻이다.

◆논란의 보편요금제, 쟁점은?'

정부와 통신업계 시각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장 보편요금제 시행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와 이통사가 떠안게 될 부담 수준에 대한 정부와 업계 판단도 극명하게 갈린다.

통신업계는 보편요금제 시행으로 인한 통신비 인하 효과가 약 2조2천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가 근거다. 당시 국정위는 보편요금제로 인해 모든 요금제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통3사 입장에서는 연간 영업이익 중 약 60%가 사라지는 셈이다.

또 새롭게 결정된 취약계층 추가 지원으로 1만1천원의 요금감면을 더하면 부담은 기존 4천억원 수준에서 9천억원까지 올라간다. 게다가 이통 3사는 지난해 실시된 선택약정할인폭 상향으로 인해 올들어 1분기까지 영업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통신사는 연간 약 3조원 가량의 매출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과기정통부의 계산은 다르다. 생각보다 이통사 부담이 적다는 주장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사 연간 매출이 7천812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라 한 단계씩 요금제 수준을 내릴 경우 발생하는 매출 감소분에 비해 이용자 편익이 연간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업 이익 감소보다 소비자가 더 큰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의 요금 개입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통신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요금제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하나만 신설하는 것으로, 나머지는 인가제 폐지로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보편요금제를 '메기'에 빚대 다른 요금들도 연쇄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규개위 심사 후 말을 바꾼 셈이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 제28조2 1항에는 "보편요금제의 기준은 2년마다 재검토 고시해야 한다"고 명시, 전년도 평균 이용량과 시장평균 단위요금 등을 감안해 2년마다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재설계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정부가 2년마다 요금을 정하는 형태다. 위헌 등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도 요금 인가제, 공공자원 주파수 라이선스,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 등 정부가 요금을 틀어쥘 수 있는 구조"라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이 어려워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며, 결국 이용자 후생은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율 경쟁 어렵다? 2년마다 개입 논란 계속될 수도

정부가 대안이 있는데도 보편요금제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도 지속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시장 자율경쟁이 아닌 시장 개입을 선택해 두고두고 잡음이 일 것이라는 것.

김도훈 교수는 규개위 회의 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단기적으로는 혜택이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손실이 있을 수 있다"며, "단말 자급제가 활성화되면 이후 통신요금도 투명해지고 알뜰폰 서비스 역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4이통과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도 대안으로 꼽혔다. 특히 제4이통 진입으로 보편요금제 수준의 저가 요금제가 도입되거나, 주파수 경매 기금을 공공와이파이에 투자하는 것도 가계 통신비 인하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김 교수는 "이 같은 시장 친화적 대안이 있음에도 (특정 요금 출시를)법제화시켜 공급쪽 생태계를 교란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에 손실을 주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며, "5G 도입이나 통일 등을 대비하려면 (이통사도)투자 여력이 있어야 하며,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막아서는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 통신시장이 독과점 시장으로 지배적 사업자로 인해 시장 자율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 정부 개입 등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어 양보없는 싸움이 되는 형국이다.

심사에서 정부측 입장을 대변한 여재현 KISDI 실장은 "통신시장은 독과점일 수밖에 없고 그 안에 지배적 사업자가 있어 완전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시장"이라며, "별도 규제기관이 사전, 사후 규제를 하는 시장으로 전세계적으로 FCC나, 오프콤, 방송통신위원회 등 별도 규제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이를 설명했다.

또 경제적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통신서비스의 공익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통신 서비스를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사용하는 공공재로 판단, 통신요금 원가 공개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여 실장은 "국내 이통시장은 많은 경쟁 활성화 제도를 도입했으나 시장구조가 고착화, 1997년에 5개 사업자로 출발해서 이후 3개 사업자로 축소되면서 5:3:2 점유율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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