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12조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조선사 중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5년 친정인 대우조선에 복귀해 경영봉을 잡은 정성립 사장의 자구안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한 2천98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가 영업이익 783억원이었다는 점에서 무려 3배 가량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반면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 최악의 매출절벽에 따른 일감부족에 직격탄을 맞고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천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3조42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삼성중공업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한 1조2천408억원을, 영업이익은 47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영업적자 원인에 대해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강재가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우조선은 나홀로 성장을 거둔 배경에 대해 2015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 등 원가를 절감하는 자구계획 이행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2018년말 1분기까지 약 3조원의 자구안을 이행해 2020년까지 목표인 전체 5조9천억원 중 51%를 달성했다.
대우조선의 자구안 주요 이행실적으로는 지난 2016년 1천700억원 규모의 서울사무소 매각을 비롯해 같은 해 1천200억원 마곡부지를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약 45억원 규모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매각했다.
대우조선은 인원과 조직 축소에도 나섰다. 2015년 10월 약 1만3천500명의 인력을 지난 3월 9천900명으로 약 3천600명 감축했다. 임원 역시 2014년말 52명에서 2017년말 기준 37명으로 약 30% 감소했다. 조직은 2014년말 약 280여개 부서에서 2017년말 기준 150여개 부서로 약 47% 감소했다.
아울러 대우조선의 LNG중심 건조상황 구축도 이같은 성과를 뒷받침했다. 지난 3월말 기준 대우조선의 상선수주 잔량 74척 중 60%가 LNG운반선이다. 수익성이 높은 LNG 선박에 사용되는 후판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보다 절반도 안 되다 보니 후판가 인상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다만 대우조선이 이같은 실적을 거두게 된 배경을 온전히 경영실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보수적으로 처리한 대손충당금을 환입하면서 장부상 이익이 늘어나는 착시효과라는 것이다. 대손충당금이란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놓는 충당금이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 이후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2천4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지만, 올해 1분기 이를 환입했다. 결국 장부상 이익이 늘어나는 것일 뿐 경영정상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은 수주부진을 딛고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가장 빠른 수주증가율을 보였다"며 "탱커, LNG선 등 현 상황에서 소폭이나마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종 중심의 수주증가로 향후 실적감소 추세를 완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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