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2개 구역 사업권을 두고 업체들의 입찰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찰 등록을 한 업체들은 긴장감 속에 사업계획서와 입찰가격을 두고 막판까지 저울질했다. 결국 모든 업체가 참여키로 해 '4파전'이 된 이번 입찰에서 업계는 사업권을 포기하고 철수키로 한 롯데가 다시 사업권을 움켜쥘 수 있을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4시까지 인천공항 T1 면세점 재입찰 대상 권역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전날 입찰 등록한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두산 등 4곳 모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입찰 참여를 확정지었다.
사업계획서에는 임대료 액수와 면세점포 운영 계획 등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특히 입찰가격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이에 업체들은 막판까지 경쟁사 동향 파악에 나서며 눈치싸움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듀프리와 현대백화점 등이 이번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듯 했지만 임대료 부담 등으로 결국 참여하지 않은 것 같다"며 "현대백화점, HDC신라면세점 등 신규 면세점들은 최근 시티면세점이 포기한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 더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T1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위한 본라운드에 진출할 업체들은 롯데, 신라, 신세계, 두산 등 4곳으로 압축됐다. 재입찰 대상은 향수·화장품 구역인 DF1과 DF5(피혁·패션), DF8(탑승동) 등 롯데가 운영했던 세 곳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유찰 가능성이 높았던 DF8을 업체들이 가장 노리고 있는 DF1과 합쳐 'DF1·DF8'과 'DF5' 두 개 권역으로 나눠 입찰을 진행키로 했다.
사업권별 최소 보장액은 'DF1·DF8'이 1천601억원, DF5는 406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3기 사업자 선정 시 최저수용금액보다 최대 70% 가량 낮아진 수준으로, 최근 공사 측이 제시한 27.9% 임대료 인하안이 반영됐다. 임대료 부과는 사업자가 매년 최소보장금액을 각각 써내던 방식에서 1차 년도에만 최소보장금액을 써낸 뒤 여객증감율 50%를 반영해 이후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이번 면세점 입찰은 각 업체들이 제출하는 사업제안서(60%)와 입찰금액(40%)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 하지만 사업제안서는 업체 간 큰 격차가 없어 '가격'이 이번 입찰의 당락을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입찰금액이 최대 3천억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해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면세산업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며 "롯데가 사업권을 반납할 당시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자 매출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업체들이 사업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 제도 개선이 되면 앞으로 시내면세점 특허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업체들이 이번 입찰에서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면세산업은 불확실성이 높아 무턱대고 비싼 가격을 써냈다가 롯데처럼 감당이 안돼 반납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업체들이 가격 결정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의 상징성과 사업성 규모를 고려할 때 입찰 결과에 따라 면세업계 순위 변동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지만 점유율 확보를 위해 이번 입찰에 다시 나섰다. 신라와 신세계가 사업권을 갖게 될 경우 점유율에 상당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롯데 41.9%, 신라 23.9%, 신세계 12.7%로, 신라와 신세계가 차지하면 롯데의 점유율은 다소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사업권을 반납한 인천공항 T1 매장에서 지난해 1조1천20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전체 면세점 시장에서 약 10% 가량을 차지한다. 이를 신라나 신세계가 가져가게 되면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30%대 초중반까지 떨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평가에서 롯데는 사업제안서상 ‘출국장 면세점 사업수행의 신뢰성’ 부문에서 일부 감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신세계 역시 2016년에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한 전례가 있어 패널티를 받게 될 것 같아 현재로선 신라가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입찰금액을 얼마나 써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신라와 신세계가 가장 유리하다는 의견이 다수"라면서도 "롯데가 점유율과 기존 사업장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도 다소 높은 가격을 써내 입찰에 나섰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울 듯 하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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