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글로벌 흥행 몰이에 성공한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주식회사가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소송에 나섰다.
자사 인기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펍지는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에픽게임즈코리아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에픽게임즈가 서비스하는 '포트나이트'가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를 표절했다는 주장이다.
펍지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소송을 결정한 상황"이라며 "현재 소송 진행 중으로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세부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현재 소송과 관련해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배틀그라운드는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100명의 이용자가 대결하는 재미를 담은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지난해 3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돼 4천만이 넘는 누적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원작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출시 이틀 만에 양대 앱 마켓 1위를 달성하며 원작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포트나이트는 4인이 협동으로 플레이하는 액션 빌딩 게임이다. 성벽을 쌓아 수비하는 '세이브 더 월드 모드'를 기반으로 지난해 7월 첫 출시됐다. 그러나 같은해 9월 포트나이트에 100명 중 1명만 생존하는 배틀로얄 모드를 추가하면서 배틀그라운드 표절 논란이 일었다.
에픽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 제작에 사용된 게임 엔진 '언리얼 엔진' 개발사라는 점도 논란을 가중시켰다.
앞서 펍지 모회사인 블루홀은 지난해 9월 "포트나이트 배틀 로얄 모드의 게임성과 핵심요소, 게임 UI 등이 배틀그라운드와 매우 유사하다"며 "배틀 로얄 장르와 게임 모드 자체에 대한 유사성을 근거로 대응책을 검토중"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표절 논란을 빚은 포트나이트가 배틀그라운드의 흥행을 앞서기 시작하면서 양사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슈퍼데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포트나이트는 지난 2월 매출 1억2천600만달러를 올리며 1억300만달러를 거둔 배틀그라운드를 처음으로 앞섰다. 포트나이트 매출은 상승세를 그린 반면 배틀그라운드는 지난해 12월 이후 정체를 보이고 있는 것.
또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포트나이트 모바일은 출시 24시간 만에 47개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 1위를 차지, 72시간 만에 100만달러(약 1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펍지 측에서는 더 이상 이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펍지 측 대응 타이밍이 한 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정현 한국 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배틀그라운드를 두고 중국 등 유사 게임들이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송 자체는 적절했다"며 "다만 시기가 늦었다"고 평가했다.
포트나이트가 초반 상승세를 탈 때 바로 브레이크를 걸었어야 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
위 교수는 "소송을 통해 게임사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이용자들의 인식 전환"이라며 "이용자 수가 적을 때 논란이 생기면 소위 '짝퉁게임'으로 인식돼 이용자 이탈이 발생하지만, 게임이 너무 커져버리면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데 포트나이트는 이미 너무 커져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배틀그라운드는 30달러로 유료지만 포트나이트는 무료"라는 점을 언급하며 "유료와 무료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결국 포트나이트는 배틀그라운드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고, 소송을 걸더라도 앞으로 포트나이트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펍지는 중국 게임사 넷이즈를 대상으로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넷이즈가 출시한 '황야행동' 등의 2종 게임이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펍지는 해당 게임의 건물과 지형, 복장 등과 홍보 문구가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하다며, 해당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내리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다만 펍지는 아직까지 에픽게임즈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 계획은 따로 없는 상태다.
에픽게임즈 역시 넷이즈와 표절 논란을 겪고 있다. 넷이즈가 출시한 모바일 신작 '포트 크래프트'가 포트나이트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서다.
다만 박성철 에픽게임즈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포트크래프트에 대해 공식적으로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게임이 퀄리티 면에서 안정성이나 지속적 업데이트, 속도 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끊임없는 재미를 주면 결국 이용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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