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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험업 전자 지분 매각…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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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과녁 피하자"…미래에셋도 잰걸음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31일 삼성전자 지분 1조3천억원 어치의 블록딜에 성공하며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아쇠를 당겼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금융그룹 통합감독, 보험업법, 금융당국 등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장치가 쌓이면서 삼성 금융그룹의 삼성전자 지분 털어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삼성 그룹과 더불어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미래에셋도 '자금줄' 미래에셋캐피탈의 영향력을 줄여가며 변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지분 1조4천억원 규모 ‘블록딜’

31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30일 장 종료 후 수요조사를 거친 뒤 31일 장 시작 전까지 삼성전자 주식 2천298만3천552주를 1조1천204억4천816만원에 처분했다. 처분 후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비율은 7.92%로 조정됐다. 매각가는 29일 종가 대비 1.5% 할인한 4만8천750원이었다.

삼성화재 역시 같은 단계를 거쳐 31일 장 개시 전까지 삼성전자 지분 401만6천448주를 1천958억184만원에 정리했다. 지분비율은 1.38%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블록딜 매각 가격의 기준이었던 29일 종가는 4만9천500원이었지만 블록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5만원 선에 안착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건전성 평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NH투자증권은 삼성생명에 대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 지급여력(RBC)비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은 법인세를 제외한 삼성전자 매각금액이 이익잉여금에 반영되고 매도가능증권 내 주식 비중은 감소함에 따라 RBC 비율(올 1분기 303.6%)이 상승할 예정"이라며 "요구자본 산출 시 주식집중 리스크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금산법이 1조3천억원 지분 매각의 배경이다. 금산법에 따라 계열 금융사가 계열사의 지분을 총 5%, 10%, 15% 이상 소유할 때마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화재가 31일 처분한 주식 총합은 10% 초과 분에 해당하는 0.42% 수준이다.

이번 지분 정리로 삼성생명과 화재의 현재 지분율(9.3%)은 물론, 삼성전자가 잔여 자사주를 모두 소각한 뒤의 지분율도 9.9997%로 예상돼 '10%룰'에 정확히 주차했다는 평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우 정교하게 10%룰을 맞췄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은 자사주 소각을 위한 선제적 조치의 성격이 크고, 금융당국의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산법 넘으니 통합감독·보험업법…추가 매각 이뤄질까

삼성 금융계열사가 전자 지분을 일부 처분하며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이다. 이번 블록딜은 10%룰에 초점을 맞췄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보험업법 등 지배구조 개편의 압박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소속 금융사의 비금융사 지분 일부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지분 정리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의 자본이 삼성생명의 자본으로 읽히지 않으면 지급여력(RBC)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가 뚝 떨어질 수 있어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도 부담이다. 현행법상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 금융업권은 총 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한 곳에 투자할 수 없다. 보험업법에서는 자기자본의 60% 혹은 자산의 3% 중 적은 금액 이상의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면 안 된다. 하지만 보험업권만 보유자산을 시가가 아닌 원가로 평가한다. 이 기준을 시가로 바꾸는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을 시가로 환산하면 총자산의 3%를 훌쩍 넘게 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한도는 약 6조4천억원대로 취득원가인 5천600억으로 계산하면 무리가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31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323조5천340억원을 기록해 삼성생명의 지분율 7.92%로 계산하면 25조6238억원이 된다.

금융당국도 한 술을 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자발적으로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삼성생명과 화재가 31일 매각한 지분이 털어내야 할 지분의 일부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삼성생명·화재 블록딜은 삼성 측에서 밝힌 대로 금산법 위법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서 한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지배구조 ‘과녁’ 함께 섰던 미래에셋, 성의표시 잰걸음

삼성 금융계열사와 함께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타겟이 됐던 미래에셋그룹도 성의표시에 힘을 쏟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미래에셋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주요 조사대상으로 거론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미래에셋에 자사주 교차출자와 미래에셋생명 일감 몰아주기 등을 문제사례로 꼬집었다. 미래에셋은 즉각 금융당국의 발표에 대응했지만 양측의 주장이 엇박자를 타면서 틈이 벌어졌다.

정부발 제동이 이어지자 미래에셋도 당국의 요구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을 주력 계열사에서 관계회사로 낮추는 등 지배력을 조정하고 있다는 평이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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