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앞으로 지상파방송사가 협상 무산 등 이유로 VOD 제공을 무단 중단하기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별도의 조정절차 등 신고 없이도 필요하다면 방송사간 분쟁을 직권조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 것. 개별기업간 협상이라도 시청권 보호 등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과거 이같은 협상 문제로 VOD 재전송이 중단되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방송분쟁조정 제도 개선을 위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 되는 등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케이블TV, IPTV 사업자 등이 이를 환영하는 반면 지상파가 '과잉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변수다. 향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및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공청회 등을 열고 의견 수렴 등 접점을 찾아갈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지난 5일 방송사업자간 분쟁으로 방송중단 등 시청권의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는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이 같은 방송분쟁조정제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방송의 유지 재개 명령이 내려진 방송분쟁에 한해 방송분쟁 조정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정을 개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
지난 2015년 12월 22일 방송법 개정으로 방송의 유지 재개 명령이 도입됐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당사자 신청이 있을 때까지 조정절차를 진행치 못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KT스카이라이프와 지상파 분쟁시 지상파 3사가 방송신호 공급 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는 방송중단을 막기 위해 방송유지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가 분쟁조정을 신청하기 전까지 조정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사업자 반발 등 우려에도 국민의 시청권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 이같은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대신 방송 유지 재개 명령 도입 이후에만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이를 조정하는 등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제한을 뒀다는 설명이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사업자 분쟁이 있으면 정부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하는데 사업자들은 전부 법원으로 가져간다"며, "더욱이 방송을 중단해도 (방통위가)아무 역할을 못한다면 책임방기로, 최소한의 (분쟁)조정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 역시 "직권조정절차에 따른 많은 사업자 충돌이 있어 이번 기회에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유지 제재 명령을 하고 난 이후 직권조정하겠다는 것은 극히 제한적으로 꼭 필요한 역무, 시청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내달 16일까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사업자 이견이 커 공청회도 계획 중이다. 7월 규개위 심사 및 법제처 제출, 8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10월에는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 지상파 "보여주기식 행정, 도입 시기도 맞지 않아"
지상파는 이 같은 직권 조정이 "과잉규제"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달리 케이블TV, IPTV, KT스카이라이프 등 유료방송 업계는 합리적인 가입자당 요금(CPS) 마련과 최소한의 분쟁조정 권한을 통해 "시청자를 보호할 수 있다"며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한국방송협회는 공식 성명서를 내고 분쟁 가능성이 없는 현 시장에서 정부가 필요치 않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협회는 "과거와 달리 사업자간 자율 협의를 통해 계약이 체결되고 있어 분쟁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고 언급한 뒤 "방통위의 직권조정을 통해 과도 개입할 경우 오히려 안정화된 방송콘텐츠 재송신시장 거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방통위가 충분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정명령과 조정제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방송법 개정을 통해 방송유지 재개 명령권을 신설했고, 협상 규칙을 정하는 재송신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해 재송신 규제를 강화해 왔다고 지적이다.
정부가 해결해야할 시급한 방송정책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의 직권조정 도입 시도는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국방송협회 측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가 진출하는 가운데, 가장 많은 한류콘텐츠를 생산해 온 지상파를 지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송사업자간 협상 과정에서 지상파 콘텐츠 가치를 평가 절하시키고 있다"며, "지상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방통위의 직권조정 도입을 지금 당장 논의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료방송사 "지상파 방송중단 최소한 보호책"
그러나 지상파를 제외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방통위 직권조정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분쟁 가능성이 적다는 방송협회 주장과 달리 주요 사용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어 지상파의 횡포 등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책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상파 3사는 지난 2015년말 케이블TV, IPTV와 맺은 CPS 협상은 물론 지난해 KT스카이라이프와의 협상이 올해 만료된다. 즉, 하반기에에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다시 재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것. 현재 상황은 폭풍전야로 분쟁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유료방송 업계 판단이다.
자율적인 협의를 통해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동안 시청자를 볼모로 방송송출 중단을 내걸어, 울며 겨자먹기식 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특히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가 지상파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대가산정 방안을 마련하려 했으나, 지상파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현재 인상률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
더욱이 정부가 충분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유료방송 업계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2015년 방송법 개정안에 직권조정과 재정제도, 방송유지 재개명령권 등을 담았으나 지상파 반대로 법안소위에서 방송유지 재개명령권만 남고 모두 제외된 바 있다는 얘기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기존 방송유지 재개명령권은 실제 중재기능이 상실된 실효성이 미미한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직권조정제가 도입되면 시청자는 공공서비스인 지상파 시청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유료방송사도 지상파 방송의 송출중단 압박으로부터 최소한의 보호 아래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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