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알뜰폰(MVNO)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도매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도매대가 협상이 늦어지고, 협상 결과도 알뜰폰 사업자에 불리하게 결정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업간 협약에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요금인가제 폐지 등 정부 규제 개선과 맞지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편요금제 이어 도매대가 협상 등까지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이동통신 업계 반발 등도 우려된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이 같은 도매대가 협상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 등 개선안을 촉구할 계획이다.
당장 오는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관련 토론회에서 이를 공론화 할 것으로 에상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고용진 의원실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와 함께 마련한 이번 토론회는 '알뜰폰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통신업계와 시민단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알뜰폰 업계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이통사에 망을 빌려 쓸 때 내는 '도매대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현행 법상에는 도매대가 협상에서 사업자 간 협의하라고 할뿐 아무 지원책이 없다"며,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편요금제 후폭풍? 도매대가 협상 논란 '수면위'
정부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한 법 개정에 나서면서 이로 인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알뜰폰 업계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망 도매대가 협상도 그 중 하나. 알뜰폰 업계가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아닌 이의 직접 개입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나서는 이유다.
현재 시행령에 따르면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실제 통화량·사용량·발신 건수 등에 따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같은 정산방식은 주로 2G·3G 요금제에 적용된다.
하지만 이 외에도 도매제공 용량을 미리 구매하는 '사전 정액제', 통신사의 상품을 제공받아 판매한 후 수익을 나누는 '수익배분' 방식도 있다. 특히 LTE 요금제의 경우 수익배분 방식을 따르는데, 이 같은 방식은 사업자간의 협의를 통해 정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매의무제공사업자는 알뜰폰 사업자가 희망하는 방식으로 정산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을 뿐 이에 대한 강제조항은 없다. 정부가 협상을 중재하지만 대가 산정은 업계간 협의로 이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들이 "매년 도매대가 협상이 지연되고 있으며, 고가요금제일수록 불리하게 맺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알뜰폰 업계가 지원책 일환으로 적정 수준의 도매대가 협상, 사실상 이의 인하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업계는 이외에도 이통사와 차별화된 요금상품을 설계하기 위해 '데이터 선 구매제' 도입 등도 주장하고 있다.
◆與 "도매대가 협상 기한 두고 정부 개입해야"
문제는 여당 역시 이 같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 현재의 도매대가 협상이 알뜰폰 사업자에는 불리하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관련 문제가 본격 공론화 될 지 주목된다.
여당 정책위 관계자는 "도매대가 협상은 우선적으로 사업자 간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너무 지체되면 소비자들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일정 기한이 지나면 정부가 개입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협상 결과를 두고 알뜰폰 업계가 반발하기도했다.
정해진 수익배분 방식 도매대가 비율은 ▲300MB~1.2GB 제공 요금제 40% ▲2.2GB 제공 요금제 45% ▲3.5GB 제공 요금제 47.5% ▲6.5GB 제공 요금제 50% ▲11GB 이상 제공 요금제 55%다.
이 비율은 전년도 보다 7.2%p 낮아진 수치이지만, 고가요금제일수록 이통사 수익비율이 높아 이통사 대비 저렴한 상품 출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령 월 6만5천890원인 SK텔레콤 '밴드데이터 퍼펙트' 요금제의 경우 도매대가는 3만6천239.5원으로 알뜰폰 사업자는 이 도매대가에 운영비용을 붙여 요금상품을 구성하게 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털사업자들이 해외에서는 자회사를 통해 MVNO 사업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알뜰폰 사업자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정부 주도의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출시 등을 요구받고 있는 이통업계는 도매대가 협상 등까지 정부가 나설 경우 과도한 시장 개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조건으로 정부가 요금 출시를 허가해온 기존 요금인가제는 폐지키로 한 바 있다. 이 같은 방향에도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사업자간 협의를 무시하는 제도는 또 하나의 요금인가제나 다름 없다"며, "알뜰폰 사업자 간 출혈경쟁으로 업계가 어려운 것을 무시하고, 이통사에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정부는 상반기 내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변수가 될 조짐이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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