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이번 선거는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입니다. 한 줌도 안 되는 보수당의 권력을 두고 아옹다옹하는 추한 모습을 더 이상 국민 앞에 보여서는 안됩니다. 여전히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린다면 국민이 우리를 외면할 것입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5일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한 말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이 끝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18일에는 김 권한대행이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 해체'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골자로 하는 당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당내에서는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더니, 급기야 지난 19일에는 박성중 의원의 폰에 적힌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계파 갈등이 촉발됐다.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정종섭 등',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계파 갈등이 본격화할 기미가 보이자 김 권한대행은 21일 의총에서 "계파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다시 싸워야 하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후 5시간이 넘도록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김무성 탈당', '박성중 출당·탈당·윤리위 회부', '김성태 사퇴' 등 공방만 주고 받으며 계파 갈등만 재확인한 채 끝났다.
이처럼 한국당이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두고 아옹다옹'하면서 국회 공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6월 임시국회는 지난 1일 문을 열었지만, 본회의와 상임위가 열리지 못하는 등 '빈손 국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반기 국회의장단과 각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지난달 29일 끝났지만, 20대 국회 하반기 원(院) 구성을 위한 여야 간 협상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까지 국회 파행사태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지방선거가 끝난지 며칠 안 됐다. 야당도 수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당 수습과 국회 정상화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당이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기 싫으면, 국회 원 구성을 시작으로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만 9천753건이고,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 등 처리해야 할 국정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된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도 진행해야 한다.
국회 정상화를 외면한 채 "다음 총선(2020년)에서 무조건 살아 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한다면, 한국당은 이번 6·13 지방선거보다 더 참혹한 결과를 얻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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