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보험사 즉시연금 일괄규제를 두고 정무위원회와 금융당국이 정면충돌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구제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2차 전체회의에 참석해 "구제 해당자가 16만명 가량되는 (대형 안건이기 때문에) 일괄규제를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즉시연금 보험 계약자들은 원금을 다 받는다고 알고 가입했는데 필요한 경비를 빼고 준다는 거 아닌가"라며 "소비자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원장은 "한 건에 대해서는 모 생명보험사에서 지급을 하도록 조정해서 처리가 됐다"며 "일괄규제가 안될 경우에는 소송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행정의 낭비도 많고 또 소송으로 갈 때는 이 과정을 모르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며 일괄규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규제 처방이 직권남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은 "금감원이 그림자규제 형태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통해 의무를 부과하는 행태는 직권남용이라고 본다"며 "즉시연금 일괄규제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일괄규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사례 외에 건들도 세부 내용이 다르다고 파악했는데 일괄규제 대신 유연할 대처할 생각은 없느냐"고 답문했고 윤 원장은 "상당히 동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험약관의 1차적 원인이 보험사이냐 금융당국이냐를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김 의원은 "문제가 된 약관이 가입자에게 정확한 설명을 않고 수수료를 떼었다는 이야기인데 사전 신고를 해서 검토 받은 약관이 아니냐"며 "금감원이 보험약관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보험상품이 팔린 건데 보험사의 100% 잘못이라고 볼 수 있냐"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상품을 판 건 보험사로, 의약품에 문제가 있다면 제약사의 잘못인 것과 같이, 식약처와 같은 역할이 우리와 같은데 1차적인 책임은 회사에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내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비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즉시연금이란 가입시 거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내고 다음 달부터 연금으로 돌려 받는 상품이다.
보험사는 상품에 따라 월별 지급금을 정한 뒤 운용 자금 등의 사업비를 뺀 보험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사업비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은 소비자는 약관상의 수익을 담보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쌓이기 쉽다.
문제는 보험사가 팔아온 즉시연금 상품의 약관이 보험금 산출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르면 공제금액이 약관에 적히지 않은 보험상품은 해당 금액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러한 사례의 미지급금 전체 규모는 8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에 절반 이상이 몰려있다. 삼성생명이 5만5천명에게 4천3천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850억원, 2만5천명), 교보생명(700억원, 1만5천명) 순이었다. AIA생명과 처브라이프, 신한생명 등도 미지급금이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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