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를 거부하면서 소비자와 삼성생명 사이 소송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삼성생명에 일괄구제를 요구했던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소송 지원으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직전 '보복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일각에서는 자살보험금의 전철을 밟은 심의위원회까지 거론 중이다. 집단소송의 힘을 받으면 이유 있는 심의위 상정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건으로 추가 지출할 금액은 당초 예상금액인 4천300억원의 10분의 1 이하인 370억원으로, 계약 당사자 5만5천명에게 각각 7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안을 상정해 부결하고 최저보증이율에 해당하는 과소지급분을 일괄지급한다는 수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관련기사: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일부 수용·법정 소송)
금융소비자연맹은 즉시연금 계약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첫 분쟁조정위원회 안건 당사자인 강모씨가 받은 금액에 현저히 못 미치는 지급금을 수령하게 됐다는 이유다.
금소연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굳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소송을 확정한 인원은 직접 방문 민원인과 온라인, 전화 문의가 혼재돼 당장 집계가 어렵지만 30일까지 10명 이상이 소송의사를 밝힌 것으로 금소연 관계자는 답했다. 모집 기간은 8월 말까지다.
금감원이 소송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분조위 결정안에 대해 사측이 거부할 시에는 민원인 소송 절차가 남고, 금감원은 이렇게 분조위 결정을 거친 소송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다. 삼성생명이 일괄구제를 거부하면서 앞으로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 건에 대해서는 이 룰이 적용된다.
삼성생명은 일부 지급이라는 원칙 아래 개별소송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적 해석과 분조위의 결정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승소 가능성을 확정해 답하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법무법인 자문을 받았을 때는 분조위의 결정과 법률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살보험금의 전례를 염두에 둘 때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일괄구제를 다시 요청하는 맹공을 펼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016년 대법원은 자살보험금 소멸시효를 이유로 지급 책임이 없다는 삼성생명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대법원의 편결에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기관·대표에 대한 중징계를 예고하며 지급을 압박했다. 결국 보험 3사가 두 손을 들고 4천억원을 내놨다.
윤석헌 원장이 25일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복성 검사는 없다'고 단언하며 직접적인 압박은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남은 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집단소송 인원이 200명을 넘길 경우 금감원은 국민검사청구제로 '이유 있는' 검사에 돌입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해당 건에 대한 검사를 마친 뒤 제재심의위원회로 징계수위를 정하고 금융위에 보고해 의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생명은 내달 소명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어서 한화생명과 금감원의 갈등도 예고됐다. 삼성생명의 결정과 무관하게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영향도 부인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름이 거론돼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법적 판단 카드를 꺼내며 각 보험사의 셈법도 더 복잡해졌다"며 "대상 가입자가 16만명이라 집단소송이 수백명씩 묶여 진행된다 하더라도 일괄구제보다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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