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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백기 대신 '반기'…윤석헌표 금융개혁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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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첫 타자부터 암초…'자살보험금'식 판 굳히기 가능성도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쾌속질주를 꿈꾸던 윤석헌표 금융개혁이 삼성생명 앞에서 일시정지 신호를 받았다. 삼성생명이 일괄구제 거부와 함께 차후 논쟁에 대해서는 법적인 해석을 받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금융감독원의 고민도 깊어졌다. 금융당국의 첫 목표부터 전면적인 반발에 부딪히면서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갈등이 곧 당국과 금융사의 다툼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승기의 행방에 따라 개혁 드라이브의 암초가 될지 금융당국의 ‘판 굳히기’가 될지가 갈릴 전망이다.

◆삼성생명 예상 밖 "법대로 해"…보험업계 '동요'

삼성생명은 26일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안을 이사회에 상정해 부결하고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구제하라고 공개 요구한 지 18일만이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미지급금 4천300억원을 일시지급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굳혔다. 삼성생명은 결정이 끝난 직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일괄지급은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 일부 수용·법정 소송)

다만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안내서에 예시된 최저보증이율에 미치지 못하는 과소지급분은 일괄지급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약관상 2.5%의 최저보증이율을 명시했다.

금감원은 최저보증이율이 아닌 시중금리를 반영한 공시이율을 요청한 상황이어서 지급액은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 추정치는 370억원이지만 삼성생명은 소비자 계약마다 재계산을 해야 해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초 4천300억원으로 점쳐진 금액과 비교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지리라는 관점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의견을 송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별도의 의견서 등 답변문건을 보내지는 않는다"며 "타 사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지난 11월 분조위의 결정과 공문에 대한 답은 했고, 이번 건은 법적 강제성도 공문도 없는 권고였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이사회가 부결 결정을 했으면 입장은 마무리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소송'이 삼성생명의 선제적인 행동으로 읽히는 것은 경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이나 소비자에게 먼저 소송을 건다거나 법적 해석을 선제적으로 불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차후에 비슷한 사례로 문제제기가 발생하면 그때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소명을 노리던 한화생명과 KDB생명은 뜻 밖의 구원투수를 얻게 됐다.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의 결정과는 별개로 한화생명의 안건에 집중하겠다고 전했지만 '첫 반기'의 타자는 피하게 됐다. 한화생명은 의견서 제출 시기를 한 차례 미뤄 내달 10일을 데드라인으로 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일부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독자적인 경영 판단이 우선"이라며 "한화생명의 상품 약관에는 금리가 떨어질 경우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환급금 변동이 적혀 있어 면책 가능성을 두고 법적, 경영적 판단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은 200억원 규모의 미지급금 지급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시적인 내용은 문제가 된 대형 생보사와 달리 약관에서 산출방법서를 언급하고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삼성생명의 결정이 내려진 전과 후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게 보험업계의 전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장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호랑이며 저승사자가 왔다가 보험업계에서도 '당국이 하라는 데 별 수가 있나'하는 자조가 나왔다"며 "삼성생명을 필두로 대형 보험사들이 금융당국과 대적할 가능성이 커져 '복종'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법 위에 금감원' 자살보험금 전철 밟을까…과제쌓인 당국 "첫 발이 중요한데…"

금감원은 곤욕스러운 표정이다. 윤 원장의 의견이 워낙 강건해 '지급 거절'이라는 다른 시나리오를 대입했을 때의 역효과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휴가 중인 윤 원장은 삼성생명의 결정과 관련한 내부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장은 이달 9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구제를 대대적으로 요구했다. 직전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난타전을 치르면서도 일괄구제의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내달 24일로 예정된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보험설계사 시책비 등이 표면적인 논제로 꼽혔지만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암보험에 대한 성토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과 함께 은행과 카드 등도 개혁 드라이브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은행에는 대출금리 산정의 투명성을, 카드업계에는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를 언급했다.

윤 원장은 삼성생명의 결정 바로 전날 "불복 소송을 하더라도 불이익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 말 때문이라도 현장검사나 당국 차원의 압박이 공식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하지만 첫 '기싸움'부터 코너에 몰린 금감원을 두고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시 재판부가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적 해석을 내렸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뒤집고 소멸시효에 관계없는 지급을 지속적으로 명령한 바 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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