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각자 포화상태에 이르며 거대 아시아로 방향키를 틀었다. 기대성장률 3%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를 벗어나 GDP(국내총생산) 7% 이상의 급속 성장 국가에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각오다. 청년층·중장년층이 우세한 인구 구조를 갖추고도 금융 개발이 미진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정부는 금융권과 맞손을 잡고 아세안과 인도를 아우르는 신남방정책과 북한에서 중국을 오가는 신북방정책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제시했다.
막대한 투입자금 대비 순익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해외 진출의 초석이 대형사 위주로 놓여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분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10년을 기다린 성과…"한국형 설계사가 현지형 보험 판다"
보험업계는 일찍부터 동남아 현지화에 도전해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거듭된 적자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온 끝에 얻어낸 쾌거다.
삼성생명의 태국법인이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한 데 이어 중국법인도 첫 순이익을 냈다. 작년 삼성생명의 중국법인인 중은삼성은 작년 3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타이삼성도 73억원의 적자에서 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화생명은 2009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해 2016년 상반기부터 흑자행진을 이어오는 중이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1분기 영업수익 174억원과 순익 33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7월 베트남 프레보아생명의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해외 진출을 구체화했다. 이밖에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 동남아에 발을 디뎠다.
현지 설계사를 육성해 한국식 보험계약을 체결하되, 상품은 현지에 최적화했다.
타이삼성은 태국 전역에 5개의 신규 설계사 육성 센터를 세워 현지 설계사를 키웠다. 한화생명은 2만4천여명의 현지 보험설계사 채용과 전국적인 대리점 영업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DB손해보험은 대행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아예 베트남 5위의 보험사 PTI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PTI손보는 베트남 3위권 보험사에 올랐다.
동남아의 가파른 성장 속도와 젊은이·보험 수요층이 두루 자리한 인구 구조가 국내 보험사들을 유혹했다.
대표적인 진출 국가인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달하고 라오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이 속한 인도차이나 반도에 자리해 지리적 이점도 충분하다. 베트남의 올해 상반기 GDP 성장률은 7.1%로 우리나라의 성장세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얀마의 GDP성장률은 연 평균 7%를 유지한다.
국내 보험업계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정부도 팔을 걷었다. 금융감독원은 중국 당국에 국내 보험사의 중국 진출 인가를 빠르게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달 12~13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천원후이 부주석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팡싱하이 부주석을 만나 국내 보험사의 중국내 지점 개설을 위한 인가심사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국가 규모와 발전에 비해 보험업의 성장이 더뎌 보험계의 블루오션으로 평가 받는다.
◆열에 아홉 카드 쓰는 한국, 열에 한 명도 카드 없는 아시아 노린다
국내 신용카드 보급률은 2015년을 기준으로 89%에 이른다(한국은행).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은 카드 점유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열에 아홉이 결제수단으로 카드를 사용하는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열에 한 명도 카드를 쓰지 않는 셈이다.
국내 카드업계는 90%의 고객이 잠자고 있는 아시아 카드시장에 노크하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비씨·롯데카드가 많게는 네 곳의 국가에서 도전장을 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베트남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 100%를 최종 인수하며 업계 최초로 베트남 신용카드·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롯데 계열사가 베트남 현지의 유통망을 보유한 만큼 현지 특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신한카드가 베트남과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 푸르덴셜 PIC 금융그룹의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 푸르덴셜 베트남 파이낸스 컴퍼니 리미티드(PVFC) 지분 100%를 인수해 관련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KB국민카드는 한국거래소 상장기업 코라오그룹과 협업해 캄보디아 현지 토마토특수은행을 인수해 자동차할부금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얀마와 라오스도 국민카드의 무대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하나카드는 베트남, 비씨카드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손을 뻗었다.
국내 카드사들이 첨단 IT기술을 갖춘 만큼 이웃 아시아 국가들도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2016년 11월 인도네시아 국책은행 만디리은행과 최종 파트너로 선정되며 결제 프로세싱 기술을 수출했다.
◆투입자금은 거인, 순익은 걸음마…'현지금융 파고들기' 역부족 평도
한편 투입자금 대비 소박한 순익은 걸림돌로 꼽힌다. 현지 금융산업에 뛰어든 뒤 적어도 10년 뒤를 내다봐야 수익이 나온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보험사도 국내 순익과 비교해 1천분의 1 수준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국내 보험사가 현지에 진출하려면 해당 국가의 일반적인 보장 내용과 보험업법, 시장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해 초기비용이 크게 발생한다"며 "자동차보험의 경우만 하더라도 보상 기준이 한국과는 달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규제산업"이라며 "해외에서는 대형 보험사이더라도 국내에서는 그만큼의 날개를 펴지 못하는 이유가 현지 규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업 중 특히 보험업은 해당 국가의 기간사업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서민금융으로, 서민들의 삶에 깊숙하게 녹아 들기 어렵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금융의 특성 탓에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대형사들만 판 뒤집기에 겨우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해외 투자를 시도하거나 흑자를 달성한 보험사들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국내 1, 2위를 다투는 대형사다.
핀테크 발전으로 현지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전통방식만 고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간편페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간편페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신용카드가 우리나라만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현지 적응에 실패한다면 투입 자금은 막대한 손해로 남게 된다. 신한카드와 비씨카드, 우리카드 등 현지 진출 카드사들은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이 현지에 진출한지 갓 2~3년이 지난 시기로 벌써 대대적인 수익을 걷기는 어렵고, 미래를 노린 투자단계"라고 답했다.
아시아 지역에만 집중된 현지 진출도 한계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보험이나 카드 등 선지 금융에는 닿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시장성이 엿보이는 데도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 지역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70%가 몰려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이 성장률이 높아 신 시장으로 거론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높아 선진금융과의 접점을 이어나가야 리스크 관리가 효율적"이라고 진단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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