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20세 아우디' 구매후기와 똑같은 광고가 페이스북과 유투브를 점령하며 2030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신용불량자여도, 직업이 없어도 수천만원대의 수입차를 전액할부로 살 수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SNS광고 내용을 기반으로 수도권 내 대형 중고차매매단지를 찾아 실체를 들여다봤다.
◆페이스북·유튜브로 중무장한 중고차 불법대출…2030세대 '유혹'
"99년생 고객님, 고급 외제차 차량대금에 이전비와 보험료, 여유자금까지 전액할부 후기입니다. 군미필에 무직이셔서 걱정이 많으셨는데요, 다행히 저희 업체에서는 부결 없이 대출승인 성공하셨어요."
"저신용자, 돈 한 푼 없이 전액할부 해드립니다. 초기비용 0원, 여유자금 최대 1천만원까지."
중고차 판매자들은 이 광고가 2030세대를 겨냥한 허위 마케팅이라고 답했다.
인천의 한 중고차매매단지서 중고차 판매업에 종사하는 A씨는 "'20세 아우디'와 비슷한 내용으로 페이스북, 유투브 광고가 나간 지 오래 됐는데 이제서야 화제가 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이런 사람들 때문에 정상적인 금융사와 제휴해 올바른 가격을 내건 중고차매장들이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번호판을 가린 광고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판매업자들이 전산에서 번호판을 조회해보면 이 자동차가 팔린 차인지, 언제 매입됐는지, 근저당은 잡혔는지를 알아볼 수 있어 번호판을 가린 고급차 사진을 게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편법·불법적인 방법으로 불가능한 대출을 가능하게 만든다. 신용불량자에게 거액의 대출을 알선하는 중고차업체는 불법 사금융과 검은 결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중고차 불법사채①] 온라인 들썩인 '20세 아우디主', 카푸어 넘어선 인생 도박)
가족명의 대출을 받으라거나 친구를 데려오라는 편법적 내용을 '꿀팁'이라고 적어두고 성사 사례를 소개한 SNS도 눈에 띄었다. 실 구매자의 신용등급을 조회해보고 한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가족의 동의를 얻어 전화통화로 승인을 받으라고 구슬리는 수법이다.
A씨는 "터무니없는 금액을 아무 조건도 없이 대출해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피해를 당했다고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그런 계약을 해 온다"며 "SNS광고가 올라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그 동안의 피해자가 얼마나 많겠느냐"고 이야기했다. 서울 ㄱ중고차매매단지 등에서 활동 중인 중고차 판매자 B씨는 "2016년, 2017년부터 광고가 폭증했는데, 60개월 할부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중고차 불법대출 '대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장님, 승인이 안 나서요…아, 돼요?" 중고차와 대출의 '공생'
"실장님, 승인이 안 나서요 여기에 신청을 하려고…아 돼요? 정말 돼요?"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청년이 중고차매매단지 앞에서 들뜬 목소리로 통화를 마쳤다. 중고차 판매자로 보이는 이 청년은 전화를 끊자마자 또 다른 곳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5일과 6일 양일간 서울 ㄱ중고차매매단지와 인천 ㄴ중고차매매단지 일대를 돌았다. 판매자들이 사칭 '꾼'들을 만나려면 방문하라고 추천해준 두 곳이다.
매매단지 안은 한산했지만 곳곳에 허위광고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협박이나 감금의 위험에 처하면 경찰에 신고하라는 현수막도 걸렸다.
서울 ㄱ중고차매매단지 안에는 캐피탈 업체 여럿이 입점해 대출을 도왔다. 중고차 판매자가 캐피탈 대출과 연결해주면 캐피탈에서 일정 부분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과거 10%의 웃돈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금리가 낮아져 훨씬 낮은 이윤을 남긴다는 게 판매자들의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고차를 사고 팔 때 제도권 안에 속한 캐피탈 대출을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며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기 전에 2금융권 대출이 가능한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여의치 않지만 차량이 꼭 필요한 경우 등록된 대부업까지만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불법사채만이 답이라면 차량 구매를 다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신용불량자도 가능하다는 등 손쉬운 대출을 내건 업체들은 광고 하단에 1, 2금융권의 이름을 적어두기도 했다. 대부분 직접 제휴 금융사가 아닌 대출을 의뢰할 여지가 있는 금융사 이름을 전부 실어둔 것이다.
◆현직 딜러의 경고 "현장도 믿지 마라"
'무신용' '여윳돈 대출' 등을 홍보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온라인에 매장의 정확한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소를 알아보려면 직접 상담을 요청해 업자를 만나는 수밖에 없다고 현직 중고차 판매자들은 설명했다.
기자가 신용불량자 대출을 광고하는 업체와 실제로 상담을 받겠다고 하자 중고차 판매자들은 하나같이 만류했다. 취재 사실을 밝히거나 차량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가볍게는 욕설에서 크게는 폭행이나 금품갈취를 당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개인 중고차 판매업자 C씨는 "상담을 받은 뒤에 차를 사지 않으면(대출 진행이 안 되면) 거친 욕설로 협박한 뒤 30만원, 40만원의 '수고비'를 뜯어낸다"고 경고했다.
중고차매매단지 일대를 배회하는 정장차림의 사람들을 관찰하라는 '팁'을 알려줬다. 자동차매매자격이 없는 판매자는 기본적으로 중고차매매단지에 입성할 수 없는데, 마치 자격이 있는 양 행세하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는 귀띔이다. 이들은 중고차매매단지 앞에서 약속을 잡은 뒤 소속 판매자인 척 행동하며 인근 카페나 자동차보험 판매대리점 등으로 데려가 소비자를 현혹한다.
C씨는 "정상적인 업주는 매매단지나 차량 전시장에서 만나서 차를 보여주고 매장이나 사무실에서 계약을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SNS에서 불법대출 행태를 광고하는 업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허위매물을 미끼로 중고차 판매 마진을 남기거나 불법 사채와 연결시켜주고 중개 비용을 챙긴다.
한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20세 아우디' 후기 글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원본 글에서 해당 중고차매장이라고 오해를 샀던 업체가 직접 허위임을 밝힌 데다 글의 내용도 성립이 불가능하다. 전액할부로 구매한 차량은 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으로 빚을 청산하기 전까지는 차량을 되팔 수 없다. '차도 팔았고 빚더미에 올라 숨어 살고 있다'는 글쓴이의 말이 실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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