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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불법사채①] 온라인 들썩인 '20세 아우디主', 카푸어 넘어선 인생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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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아우디는 '조작', 하지만…현실은 허구보다 더하다"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20세 아우디' 글이 화제에 오르며 일부 중고차 매장의 고금리 대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고차 판매업자, 중고차 매장, 사회망 서비스(SNS)를 살펴보고 중고차 불법사채 현실 및 감독실태 현황 등을 시리즈로 점검해본다.[편집자주]

"20살 군미필도 할부로 차량 구매가 가능하다고 하기에 BMW, 벤츠, 아우디 등을 사고 싶어서 여러 곳의 중고 매장과 업체를 돌아다녔다. 두 번이나 거절을 당한 데다 카드론에 연체 기록까지 있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발X중고차에서 팀장님이 심사자와 협의 후 특별승인으로 4천만원에 여윳돈, 보험료까지 총 4천300만원을 받았다."

최근 온라인 공간은 '20세 아우디 구매후기'로 들썩였다. 20세의 어린 나이, 낮은 신용등급을 짐작하게 하는 카드론과 연체 기록에도 4천3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수입 외제차 '아우디'를 구매했다는 글이다. 글쓴이는 댓글을 통해 "4금융(사금융의 오기) 3곳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적었다.

반응은 다양했다. "관심을 받기 위한 조작글" "아무리 그래도 사금융에서 4천만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하냐"는 반신반의부터 "차를 되팔고 원금부터 갚지 않으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아연실색까지 이어졌다.

◆20세 아우디는 조작, 하지만 현실은 허구보다 더하다

해당 글의 중고차 매장으로 오해를 산 '발품중고차'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글의 내용이 모두 허구라고 밝혔다.

발품중고차 관계자는 "발품중고차에서는 글에 적힌 대로의 중고차를 구매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다른 곳에서 비슷한 피해를 당해 우리 업체로 찾아오는 고객들이 잦다"며 "차량 사진도 아우디 A5를 샀다면서 A6를 올리는 등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답했다.

원칙을 지키며 중고차를 판매하는 매장은 소비자의 신용등급과 채무상환 능력, 차량이 필요한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적합한 차량을 추천해줄 뿐이라는 이야기다.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출을 감행하는 매장은 걸러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20세 아우디' 글은 허구였지만, 중고차를 미끼로 한 고금리 대출은 실제로 성행하고 있다. 일부 악덕 중고차 매장에서는 '월 4만원' 등 저렴한 가격을 빌미로 소비자를 꼬여 사금융에 손을 대도록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판매자 A씨는 "미끼 매물을 올리는 업체의 목적은 두종류"라고 말했다.

중고차 매매를 실제 업으로 하되 허위 매물과 연결해 마진을 남기는 곳과 사채업이 주업이고 중고차 매매는 수단인 곳이 각각 있다는 얘기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대부업자와 손을 잡고 서로 '윈-윈' 사업을 펼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목돈이 없는 사회 초년생을 노리고 저렴한 월납액이나 전액대출을 홍보하는 업체도 우후죽순 늘었다.

또 다른 중고차 판매자 B씨는 "수입 외제차가 유행하다 보니 살 만한 사람은 전부 외제차를 사 이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노리는 영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목돈이 없는 사람들을 노리고 월 단위 상환금액을 제시해 마치 적은 돈을 내고 차를 타는, '술 한 번 안마시고 차 타지 뭐'하는 마음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상환능력이 부족한 차주의 무엇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것일까.

이 질문에 A씨는 "자동차를 차량등록사업소에 등록해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대출 자금에 대한 동산 근저당 설정을 한다"며 "이렇게 되면 차주가 차량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으며 채권자는 원금과 이자를 받다가 결국 원금 회수가 안되면 차량을 돌려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업보다 무서운 "형이 빌려줄게"…사채업자 '놀이터'된 중고차매장

"'20세, 무직, 저신용자, 전액할부, 여윳돈 만들어 드립니다' 이런 광고에 혹했다가는 대부업도 아닌 불법 사채에 빠지게 되는 거죠."

중고차 매장들은 제휴 캐피탈사나 대부업체와 연계해 대출을 중계한다. 이때 신용등급 조회를 통해 대출 한도를 확인하게 된다.

일부 중고차 매장은 신용불량, 개인회생 등 대규모 대출이 불가능한 소비자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때 신용조회조차 필요하지 않은 사금융, 불법 사채를 알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씨는 "중고차 딜러들은 현금을 만지는 일이라 여윳돈이 있고, 딜러가 아니더라도 사채업자, 일반인을 끼워 넣기도 한다"며 "은행 이자보다 불법 사채 금리가 훨씬 높아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일단은 한도가 안 나오니 사채를 쓰고, 신용카드를 잘 사용해 신용등급을 올리면 금리가 낮은 금융권으로 대환대출을 해준다고 현혹하는 것이 이들의 수법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8, 9등급인 사람이 상환 기간 내에 신용등급이 크게 오르거나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경우는 드물어 결국 사채의 빚더미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등록 대부업체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한 대부업체에서 충분한 한도가 나오지 않을 때는 여러 곳의 대부업체에서 하루 만에 '쪼개기' 대출을 무더기로 받도록 유인한다.

쪼개기 대출을 받게 되면 대부업체의 업무 행태가 천차만별인 데다 빚이 분산돼 정확한 상환 파악이 힘들다. 결국 한 곳에서 한도 내로 대출을 받는 것보다 몇 배의 품을 들여야 겨우 상환이 가능한 셈이다.

대출을 위한 대부업 신용조회 자체도 신용등급을 크게 떨어뜨린다. 중고차매장에는 신용조회 권한이 없어 결탁한 대부업체에 대리 신용등급 조회를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C 중고차 매장 관계자는 "흔히들 첫 조회가 중요하므로 우리 업체로 오라는 말을 홍보로 하는데 이 말의 속내는 한 번 조회 할 때마다 신용등급이 뚝뚝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등급에 따라 한도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승인 비율이 좋은 매장의 선호도가 높다"고 귀띔했다.

대부업 신용조회 시 신용 점수가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하는 '악덕' 업자들도 있다. 6~7등급의 중하등급 소비자가 찾아오면 대출 한도조회를 명목으로 단기간에 여러 곳에서 신용조회를 단행하고,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지면 고리 대출을 알선한다.

A씨는 "중고차 업체들이 대부업체를 하나만 끼는 게 아니라 여러 캐피탈 등과 협업하기 때문에 한번에 여러 대부업체에 조회를 돌린다"며 "1등급 차주는 떨어져봐야 3등급이지만 6등급의 아슬아슬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8~9등급이 된다"고 전했다.

'여유자금'이라는 단어도 결국 자신의 명의로 받은 대출금이다. 여유자금을 떼어내는 방법은 역시 허위매물이다.

B씨는 "1천만원짜리 차를 살 때 여유자금을 500만원 해준다는 말은 500만원을 더해 할부를 진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세가 1천500만원인 차를 담보로 걸면 대출을 1천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때 실제 판매는 차종은 같지만 30만km를 달린 1천만원짜리 노후차량으로 하게 되면 차익이 500만원이 남게 되는데 이를 여유자금이라고 한다는 얘기다.

중고차 판매인들은 피해 사례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A씨는 "20세, 대학생처럼 사회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잠깐의 꾐에 빠진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고 성토했다. B씨는 "잘 알아보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간 김에 차라도 사와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때 작정하고 사기를 치면 어떤 사람이 걸려들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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