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차가 실적부진이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지배구조 개편 추진 당시 괴롭혔던 엘리엇의 공격을 다시 받고 있다.
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4일자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3사에 서신을 보내 ▲개선된 기업 구조 ▲자본 관리 및 주주 이익 환원 최적화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의 개선 등을 요구했다.
올해 현대차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 하락하는 등 충격적인 실적을 기록한 데다, 7월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다행히 8월 들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38만4천4442대(내수 5만8천582대, 해외 32만5천861대)를 기록하며 하반기 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한숨 돌리는가 싶었더니 이번엔 엘리엇이 등장했다. 엘리엇은 각사에 서신을 보내 현대차(3.0%), 현대모비스(2.6%), 기아차(2.1%)의 주주임을 밝히며 "4월 23일 '엑셀레이트 현대'를 제안했지만, 현대차는 주식 가치에 대한 부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아직까지 취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사업 및 기업구조 개편 계획을 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다시 한 번 현대차 경영진 및 이해 관계자들과의 생산적인 논의에 참여, 기업 지배구조 및 주주가치 향상의 실지적 경험을 가진 주주로서 우리의 견해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현대모비스의 모듈, AS 부품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한 달 뒤 '엑셀레이트 현대'를 통해 ▲현대차·모비스 합병 통한 지분구조 효율화 ▲현대차·모비스 잉여금 감소 통한 주주수익률 극대화 ▲순익의 40~50% 배당 실시 ▲다국적 기업 경험 갖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번 서신을 통해 주주 및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정식적이고 투명한 구조개편 위원회 설립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견해를 공유하기 위해 위원회에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함께 전달했다.
엘리엇은 우선 현대모비스를 모듈과 A/S 부문으로 분할, 모듈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AS 부문은 현대차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했다.
또 향후 모회사(현대글로비스+모비스 모듈)가 현대차(현대차+모비스 AS)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기아차와 총수 일가가 보유한 현대차 합병법인의 지분을 사들이고, 총수일가는 기아차가 보유한 모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 외에도 앞서 제안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 관리 및 주주 이익 환원을 최적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했다.
엘리엇은 "지난 5년간 현대차의 순현금흐름이 글로벌 평균(11.1%)을 넘어선 17.5%를 기록했고, 이는 약 6조원에 달한다"며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는 애널리스트와 주주들이 위기를 지적하는 가운데서도 그 기간 수많은 의심스러운 투자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현대차가 배당을 할 수 있는 누적 금액이 대략 44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며 배당정책 확대를 주장했다. 동시에 현대차와 계열사들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자본 관리를 위한 정책에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엘리엇은 마지막으로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이며 "우리는 중요한 시기에 리더십이 입증되면 현대차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며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주주들의 지원을 얻어 궁극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성공적인 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서신을 마무리 했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이 제안한 방법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룹의 미래 경쟁력이 아닌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만 올리려는 목적이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 기업의 중요사안에 대해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을 의논하자고 제안하는 엘리엇의 행태는 시장 한계를 넘어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시장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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