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XXXX 차량 내 화재 발생. 전 열차는 현재 운행을 정지."
객실 내 화재 상황이 CCTV 화면으로 실시간 전송된다. 이를 확인한 관제사가 즉시 전 차량에 이 같은 그룹메시지를 남긴다. 관제실은 필요 조치를 취한 뒤 각 열차에 현재 상황을 방송한다. 실제 화재 난 곳이 전송되고 역무원이 투입된다 ….
빠르면 1분 내 이 같은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단순한 화재 대응처럼 보여도 과거에는 이처럼 빠른 대처가 불가능했다. 철도내 통신망은 음성위주로 이뤄져 있어 관제실에서 실제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자간 영상통화 및 대용량 데이터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철도통합통신망(LTE-R) 구축으로 인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졌다.
과거 열차 내 화재가 발생하면 기관사와 관제사, 공공기관 등 인력이 직접 사고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정확한 재난 사고 파악이 어려웠다. 일대일방식의 음성통화 위주로 무선통신이 가능했고, 문자와 데이터는 통신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LTE-R이다. LTE 기반의 이 기술은 일대다 음성통화 뿐만 아니라 영상통화, 또 고속의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게 특징. 열차 내 설치된 CCTV를 통해 기관사, 종합관제센터 관제원 등이 재난 현장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재난망 구축은 완료됐지만 무엇보다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행력 담보가 과제였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부산교통공사와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세계 최초로 구축한 LTE-R을 지난 28일 직접 경험해봤다.
◆LTE-R로 재난 대응 '골든 타임' 확보
LTE-R은 재난안전망을 이루는 한 축이다. 정부가 기존 아날로그 통신과 디지털 통신이 혼합된 무선통신망을 LTE 방식으로 통합키로 결정하면서 철도통합무선통신망이 LTE-R로 교체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2015년 부산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2016년 김포도시철도, 지난해 대구선 등 3개 사업, 올해 서울 하남선을 수주한 바 있다.
이 중 지난해 2월 부산 도시철도 1호선 40개 역사 40.48Km 구간의 기존 음성아날로그통신망을 데이터 환경 기반의 LTE-R로 전환했다.
최대 60Mbps 속도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거나 그룹통화와 문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제실과 기관사, 역무원, 구조요원 등이 동시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차량 출입문이 고장나도 역무원이 스마트폰으로 관제실, 선후행 열차, 유관기관 등에 사고 열차 내의 실시간 영상을 한 번에 공유할 수 있다.
또 역사 내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안내/긴급 방송을 하거나, 시설관리나 유지보수 인력이 열차 접근 경고를 알리는 등 다양한 조치도 할 수 있다.
플랫폼 내 CCTV 설치되지 않은 외곽 지역 재난 상황 역시 보다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졌다. 화재를 CCTV로 확인하지 못할 경우, 현장을 최초 발견한 철도 관계자가 무선 단말로 현장 영상을 부산철도 전 관계자에 보낼 수 있다.
관제센터의 관제원은 실시간 상황을 보며 비교적 연기가 없는 안전한 곳을 확인하고, 현장을 발견한 관계자가 직접 안내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있다. 관제센터를 거치지 않고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셈이다.
기관사들도 차량 내 표출장치를 통해 전 노선의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앞 열차가 고장날 경우 기존에는 관제사가 전 열차 기관사들에게 1:1 음성전화로 비상 상황을 알려야했지만, 전 기관사들이 표출장치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앞 열차 문제 발견, 약 10분간 정차 필요" 등의 팝업 메시지를 확인 후 운행 상황을 조정할 수 있는 것.
실제로 이날 객실 내 화재를 가정한 시연이 이뤄졌다. 차량 끝에 위치한 SOS호출기를 통해 고객이 화재 사고를 알리는 즉시 기관실에 배치된 태블릿 화면에 해당 차량의 CCTV가 뜨면서 경보음이 울린다. 기관사는 현재 상황을 화면상 확인하고 관제실에 이를 알린다.
관제실에서는 이 상황을 LTE-R망을 이용해 무선 전송된 CCTV 화면으로 화재상황을 인식하고 그룹채널을 통해 전 차량에 일시 정지를 명령한다. 필요에 따라 기관사는 휴대용 LTE-R 단말로 화재가 난 곳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도 있다. 역사에는 역무원들이 배치돼 있어 상황에 따라 투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선이 아닌 무선 환경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차량이 각각 분리되더라도 관제실에서 해당 차량의 상황을 CCTV 영상으로 확인하고, 객실 내 방송도 가능하다.
부산 1호선의 LTE-R 구축은 세계 최초 사례다.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는 후문.
구민우 SK텔레콤 인프라비즈본부 LTE-R 총괄 팀장은 "LTE는 두개의 안테나가 필요하지만 노후화된 차량의 경우 홀을 늘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하나의 홀을 이용해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해 특허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700MHz 주파수 대역 내 지상파 UHD와의 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기지국 장비 내 필터 작업도 이어졌다. 보호대역이 충분치 않은 다운로드 대역에서 간섭이 우려됐으나 이를 해결한 것.
구 팀장은 "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2년만에 LTE-R 구축에 성공했다"며, "40개 역사의 열차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신했다.
SK텔레콤은 644억원 규모 경부고속철도 LTE-R 사업자 선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2027년까지 1조1천억원 가량을 투입해 전국 일반 및 고속 철도망을 LTE-R로 교체한다. 전체 사업 중 90%가 남아있는 상태다.
◆ 재난안전통신망과 연동해 체계적 대응체계 마련
LTE-R은 LTE 기반이어서 향후 구축되는 재난안전통신망과 상호 연동할 수 있다. 현재는 경찰, 소방, 해경, 각 지자체 등이 각각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어 동시 통신이 불가능하다. 각 기관들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각 통신 환경에 맞는 여러 대의 단말도 필요하다.
하지만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된 이후 LTE-R과 이통사 상용망 등이 서로 연동되면서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범국가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재난 발생지역과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재난 대응 기관이 단일 무선 통신망을 사용해 재난 정보 공유·구조 및 수색 등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LTE-R망과 재난안전통신망 등 서로 다른 통신망은 '공유 기지국(RAN Sharing)' 등의 재난안전통신망 특화 기술을 활용해 서로 연동할 수 있다.
공유 기지국은 서로 다른 망의 기지국을 공유해, 하나의 통일된 망처럼 쓸 수 있는 시스템 연동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을 활용하는 구조요원도 LTE-R이 구축된 지하철 내에서도 독립적이고 안전한 통화가 가능하다. 망에 상관없이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재난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
이미 재난안전통신망 시범사업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재난안전통신망 보강 사업을 수행하며, '공유 기지국' 기술을 입증했다는 게 SK텔레콤 측 설명이다. 재난안전통신망과 이동통신 상용망을 기지국 공유 방식으로 연동시켜, 끊김없는 통신 서비스에도 성공한 바 있다.
현재 공유 기지국 등을 활용한 공공망 연동 표준화 작업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 '공공안전통신망 포럼'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공공망 간 상호연동 정의 및 기술 방식 등이 국내 표준으로 채택되도록 한 것. 지난해 '차세대 공공안전통신망 국책과제'에 참여해 통신망 간 상호연동 및 운용방안 등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강원 지역 소방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강원소방본부와 협력해 ICT 기술을 활용한 공공 안전 솔루션을 도입했다. 몸에 장착하는 특수단말기 230대, 관제드론 4대, 실시간 영상 관제 시스템 'T 라이브 캐스터'를 결합한 '공공 안전 솔루션'을 강원소방본부에게 제공했다.
향후 SK텔레콤과 강원소방본부는 초고속·초저지연 5G 통신으로 해당 솔루션을 고도화해, 재난 상황을 보다 신속히 파악하고 각종 재난 사고에 적절히 대처할 계획이다.
부산=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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