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정부가 이달부터 중금리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면서 '대출 절벽' 해소를 꾀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 빗장이 풀리며 2금융권의 대출 영업이 활발해졌지만, 금리 상황과 건전성 관리가 겹치면서 대출이 더욱 어려워지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저신용자의 자금줄은 여전히 막혀 악성 채무가 늘어난다는 지적도 빈번하다.
◆'은행부터 대부업까지' 전 금융권 대출절벽 가시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부터 대부업권까지 권역 내 금융권의 대출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2018년 3분기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4분기 중 국내은행의 대출태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대출행태서베이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 199개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와 신용 위험, 대출 수요 등을 설문조사해 발표하는 수치다. 마이너스(-) 수치라면 대출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가계주택과 가계일반 각각 -30, -10으로 지난 분기의 -23과 -3에 비해 나빠졌다.
반면 가계대출 수요는 높아질 전망이다. 가계의 주담대 수요는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가 확대되면서 다소 감소했지만 일반대출 수요는 전분기 7 대비 17로 10p 크게 늘었다.
대출 절벽은 은행권뿐 아니라 2금융권과 대부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의 풍선효과가 전 업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대부업 신규대출자는 10만명 감소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형 대부업체 69개사의 신용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신규 대출자 수가 9만 7359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53만 2543명에서 18.3%나 하락한 수치다.
대출 승인비율도 절반가량 줄었다. 대부업 대출 승인비율은 2014년 24.5%에서 올해 상반기 13.4%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4.5%p 내렸다.
◆빗장 풀린 중금리 대출 해법될까…저신용차주 우려 '고개'
이처럼 대출 절벽이 가시화되면서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중금리 대출에 한해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곧바로 20%대의 고금리로 떨어지는 것을 미리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지정한 중금리 대출 범위는 가중 평균금리 연 16.5% 이하, 최고금리 연 20%미만,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차주에게 70% 이상 취급된 대출 등이다.
2금융권도 중금리 대출 상품을 연달아 내놨다. SBI저축은행이 금리 연 9.9∼17.9%의 'U스마일DC론'을, 웰컴저축은행은 연 5.9∼12.9%의 '직장인 비상금대출'을, OK저축은행이 연 9.9∼17.9%의 'OK히어로'를 최근 출시했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카드업계도 가세했다.
다만 중금리 상품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이 맞물린 상황 탓이다. 건전성 관리도 무시하지 못할 지표다. 자연스럽게 금융권의 저신용자 외면 현상도 깊어졌다..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올해 4월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모두 10조4천908억원으로, 4~6등급의 중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65.3%에 달했다. 1~3등급의 고신용자도 10.0%를 차지했다.
저신용자의 비율은 2016년 30.1%에서 지난해 6월 27.6%, 12월 말 26.1%, 올해 4월 말에는 24.6%로 1년 반 사이 4.7% 낮아졌다. 반면 중신용자 대출은 서서히 늘어 같은 기간 60.4%에서 65.3%까지 올랐다.
카드업계 역시 대출 건전성이 나빠져 저신용차주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중금리 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면서 신용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80%에서 올해 1분기 1.96%로 상승했다(한국은행).
금융권내 마지노선인 대부업에서도 저신용자 차주가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 1~6등급인 대출자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0% 축소된 데 반해 7~10등급은 22.7%나 급감했다.
대출 승인률도 점차 떨어지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저신용자의 대출 승인률은 12.8%에 불과해 2014년의 26.9%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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