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사측이 기습적으로 꺼내든 법인분할을 막기 위한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 완료, 이날부터 16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결의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엠과 앞서 최대주주였던 산업은행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각각 65억달러와 7억5천달러를 출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본계약서를 지난 5월 체결했다.
한국지엠은 계약서 체결 5개월 만인 이달 R&D 부문을 1대 0.0001804 비율로 분할해 지엠테크니컬센터를 신설하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결의, 오는 19일 임시주총을 열어 분할안을 다룰 계획이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이 같은 계획에 즉각 반발했다. 향후 분할매각 등이 이뤄질 경우 고용승계가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임현택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지난 1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이에 대해 노조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했다.
임 지부장은 이날 "이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일원으로서 분할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GM은 회사를 분할할 경우 언제든지 분할매각 또는 분리 먹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M이 지난해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PSA에 매각한 오펠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당초 PSA는 오펠의 R&D 센터를 적극 활용할 것처럼 홍보했지만, 결국 최근 이곳을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지엠도 같은 일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용승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임 지부장은 "법인이 분할된다면 신설법인으로 단체협약과 노조가 승계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반기 구조조정으로 노조는 많은 것을 양보한 상황에서 남은 권리마저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분할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단일 법인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분할 후 지분이 수평이동을 하지만, 사측이 경영상의 이유를 두고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면 법적으로 충분한 요건을 갖추기 때문에 (고용승계 문제 발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조가 이번 사안을 놓고 파업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몇 차례에 걸친 노조의 요구에도 사측이 불성실한 태도도 임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법인분할과 관련해 한 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언론에서 나온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불과했고, 이와 관련 노조에서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서면 답변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한국지엠 노조의 조정신청을 접수한 중노위는 행정지도 또는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만약 조정중지 결정이 나올 경우 노조는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신청 결과는 오는 22일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이 현재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만큼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다만 법인분할 관련 임시주총 전까지 회사의 입장을 기다리겠다는 방침이다. 파업을 결의할 경우 조정신청 결과가 나온 22일 행동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임 지부장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것이며 그래도 회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쟁의 결의 찬반투표를 강행,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할 것"이라며 "19일 전에 반드시 회사가 입장을 내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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