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관련 1조1천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이 통일안보 분야 여야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보수 야당이 남북의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퍼주기'로 규정하면서 4·27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요한 5천억원을 포함,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단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과거 10·4 선언과 그 이행 의지를 담은 판문점 선언의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은 당장은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경의선·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와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 경협에 대한 사전준비와 비경제 사회문화 부문의 교류협력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게 현 정부와 여당의 인식이다. 북미 관계개선과 대북제재 해소 이후 북한의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정부가 보고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은 1조977억원으로 이 가운데 판문점 선언 이행에 필요한 금액은 4천712억원이다. 통일부가 지난 9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을 제출하면서 첨부한 내년도 비용추계 2천986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남북협력기금은 판문점 선언과 관련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2천940억원이, 산림협력사업에 1천137억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사회문화체육교류에 205억원, 이산가족 상봉에 336억원이 들어가며 지난 9월 개성공단에 개설된 남북 연락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83억원도 반영됐다.
보수 야당은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6천억~7천억원에 해당하는 남북협력기금을 삭감, 또는 삭감을 전제로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간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 교류협력 사업은 퍼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달 초 예산안 심사 방향을 설명하며 "핵폐기 없는 일방적인 북한 퍼주기 예산은 속도조절이 필요, 관련 예산을 엄중하게,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정책위의장도 "남북협력기금은 전체적으로 이용률이 매우 낮은 예산"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의 특성상 세부 사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점도 이들 정당이 반감을 갖는 이유다. 권은희 정책의장은 "증액과 관련된 사용처와 자료 제출을 거부, 국회 예산심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고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는 5천300억원에 대한 삭감 의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정부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비공개 남북협력기금은 대북 인도적 지원 가운데 민생협력지원,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산립협력, 환경협력 등 분야다. "예산 규모, 구체적 사업계획 등이 공개될 경우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비공개 사유다.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자체는 올해와 지난해 9천500억원에서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협력기금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2016년 1조1천억~1조2천억원을 유지하다 북한의 거듭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과 남북관계 악화 영향으로 지난해 예산에서 20%가량 큰 폭으로 삭감됐다.
국회 예결산특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경협기금 예산은 정부 5년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과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예산 삭감은 어렵사리 마련된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보수 야당에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난 7일 당 지도부회의에서 "남북협력기금은 노태우 정부 시절 제정, 공포된 남북협력기금법에 근거, 법률로 운영되는 기금"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 9천600억원을 집행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선 지난해 680억원, 올해 10월까지 1천800억원이 집행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의 급격한 해빙과 북미간 비핵화 프로세스의 속도전에도 불구, 내년도 국방 예산은 46조7천억원으로 8.2%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방위력 개선비 부문에서 15조4천억원으로 13.7% 늘었다. 같은 기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와 미국으로부터의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한 핵심 전력 투자가 가장 큰 목적이다. 킬 체인(미사일 선제타격),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집중 투자되며 무기 국산화, 방산기술력, 미래전 대비 등을 위한 연구개발(R&D)에도 3조원이 배정된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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