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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앞지른 쿠팡, '계획된 적자'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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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3년만에 5조→10조…이커머스업계 '쩐의 전쟁' 시작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쿠팡이 국내 인터넷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매년 급증하는 적자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지만, 그때마다 일관되게 이야기 했던 '계획된 적자'론을 보란 듯이 증명해낸 셈이다. 자본력이 관건인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쿠팡의 입지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쿠팡은 미국법인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천570억원)를 투자받게 됐다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해 조성한 기술 투자 펀드로, 소프트뱅크는 지난 2분기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쿠팡 지분을 비전펀드로 이전했다.

다만 쿠팡은 투자방법과 시점, 비전펀드 지분율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5년 6월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발판삼아 쿠팡은 몸집을 크게 부풀렸다. 2014년 3천485억원에 불과했던 쿠팡 매출액은 지난해 2조6천846억원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그만큼 적자폭도 늘었다. 지난 3년간 쿠팡의 누적적자액만 1조7천512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쿠팡의 추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은 또다시 쿠팡에 거액을 배팅했다. 덕분에 쿠팡의 기업가치는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급격히 뛰어올랐다. 국내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이 6조원, 이마트와 신세계의 합산 시가총액이 8조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번 투자를 결정하며 "김범석 쿠팡 대표가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외형 확대를 위해 막대한 인프라 투자를 이어온 쿠팡의 성장 방식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현재 보유한 자산만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밸류에이션이다. 손정의 회장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여전히 쿠팡의 미래 가치가 높다고 본 것 같다"며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1위를 할 것이라는 믿음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손정의 회장의 강력한 신임을 얻은 요인은 무엇일까. 손정의 회장이 세계 5위 규모의 한국 이커머스 시장과 쿠팡의 급격한 성장세에 주목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쿠팡은 올해 매출이 2년 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15년만 해도 축구장 17개 수준이었던 물류센터는 축구장 151개 규모로 급성장했다. 같은기간 쿠팡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인원도 5천500명에서 2만4천여명으로 훌쩍 뛰었다.

쿠팡의 전매특허인 '로켓배송'은 올해 9월 기준으로 누적 배송 상품이 10억개를 돌파했다. 연간 배송상품은 2014년 2천300만개에서 올해 9월 2억6천100만개로 11배 폭증했다. 이는 국내 택배업계 2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쿠팡은 최근 4개월간 로켓배송 상품 품목수(11월 기준 400만개)가 100만개 가량 증가한 만큼 성장세가 더 가팔라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당초 소프트뱅크는 쿠팡에 소규모 투자를 고려했으나, 쿠팡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금을 몰아주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쿠팡 이사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쿠팡이 멀지 않은 미래에 상장할 계획이지만, 그게 2019년은 아니다"라며 "이번 투자금이 새로운 카테고리에 투자할 수 있는 활주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시간 번 김범석 "물류·결제 혁신 이어간다"

업계에선 쿠팡이 신규 투자금으로 3년간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쿠팡은 투자금으로 내년까지 물류 인프라를 2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신규 서비스 안착에도 공을 들인다. 최근 쿠팡은 유료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클럽'을 선보였다. 론칭 1주일 만에 가입자수가 15만명을 넘어 조만간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설명이다. 또 쿠팡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진행 중인 '새벽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며, 최근엔 식음료 사전주문 서비스 '쿠팡이츠'도 선보였다.

쇼핑 편의성을 높여주는 솔루션에도 투자한다. 쿠팡은 국내 최초로 터치 한 번으로 결제를 끝낼 수 있는 로켓페이 원터치결제 서비스를 자체 개발했다. 또 ▲고객이 검색한 상품 중 동일 상품을 자동으로 묶어 단일 페이지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돕는 'SDP'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나 장애 없이 대응 가능한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은 그동안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혁신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우리는 소프트뱅크와의 파트너십에 힘입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플랫폼을 혁신하고, 고객이 점점 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커머스업계 '쩐의 전쟁' 시작…자본력이 관건

쿠팡의 투자 유치로 이커머스업계 '쩐의 전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8월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하며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역시 최근 최근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비알브이(BRV)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지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27일 온라인 별도법인을 출범한 후,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1위 기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에서 11번가를 독립시키며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천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티몬 역시 유한익 전 대표를 신임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하며 오프라인 유통사와의 전략적 제휴 및 신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메프는 투자 유치에선 다소 빗겨서 있지만, 적자 투성이인 업계에서 가장 빨리 흑자 전환할 기업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대규모 실탄 마련에 성공하면서 공격적인 물량 공세 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성장세가 정체되면 도태되는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누가 더 탄탄한 자본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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