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치매환자가 끼친 물리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보험 상품이 부재해 사회와 치매환자 가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선례에 비춰 우리나라도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보험을 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지방자체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사회에 치매 안전망을 세웠다.
30일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 지자체의 손해배상책임보험 제공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치매환자와 국민 의 재산권 보호차원에서 손해배상책임보험 등 제3자 피해구조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의 치매 고령자수는 2012년 462만 명(65세 이상 7명 중에 1명)에서 2025년 730만 명(65세 이상 5명 중에 1명)으로 증가하여 사회적 비용이 14조5천엔에 이른다. 치매 실종자수도 최근 증가세로 1만5천여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치매 인구가 늘어나면서 치매환자로 인한 물질, 상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아이치현 오부시에 거주하는 91세의 치매에 걸린 남성 A씨가 새벽에 자택에서 부인이 잠시 잠든 사이 혼자 돌아다니다 열차에 치여 사망하자 철도회사가 피해복구비용과 아침 출근시간의 대체교통 비용 발생에 대한 720만엔을 물어내라고 요구했다.
일본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치매환자에 대한 감독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며 손해배상액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전액을, 2심에서는 360엔 지급 결론이 내려졌다. 최고재판소는 A씨 부인과 장남에게 치매 고령자의 감독의무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하고 가족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없는 것으로 최종 매듭을 지었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갑작스럽게 일으킨 사고는 환자 본인과 가족, 사회 불안감을 일으킨다는 게 보험연구원의 이야기다. 앞선 사례 이후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치매 고령자로부터 지역주민의 재산권 피해를 보호하 기 위하여 민간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실례로 가나가와현 야마토시는 손해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치매 고령자가 지역주민에게 입힌 물적피해 사고를 구제하는 고령자개인배상책임보험사업을 2017년 11월에 처음으로 실시했다. 가입 대상은 야마토시가 실시하는 치매 고령자 보호 복지제도에 가입한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며, 보험료는 피보험자 1인당 연간 약 6천 엔을 야마토시 예산으로 부담해 가족들의 걱정도 덜었다.
이어 아이치현 오부시(2018. 6), 이바라기현 코야마시(2018. 6), 가나가와현 에비나시(2018. 7), 후쿠오 카현 쿠루메시(2018. 10)로 확산되고, 효고현 코베시13)가 2019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치매 고령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치매 고령자가 타인에게 물적 손해를 입히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일본과 같은 유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상우 연구원은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민법상 치매 환자의 행동 책임을 일본과 같이 환자 가족에게 부여하고 있어 일본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이상우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상우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기본적 간병은 가족 중심으로 부양하되, 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할 경우 개인의 문제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정부 또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손해배상책임보험 등 제3자 피해구제제도 도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센티브 제공이 향후 운전면허 자진 반납과 치매환자 실종방지 등 정부의 치매환자 케어서비스 활성화 등의 부수적인 효과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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