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잦은 세일로 '세일 공화국'이라 불리는 국내 유통업계에서 '노(NO) 세일' 전략을 고수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바로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 한섬이 운영하는 '더한섬닷컴'이다. 시간 단위로 할인상품이 쏟아지는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더한섬닷컴은 올해 매출이 8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더한섬닷컴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2016년 매출이 22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3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 속도대로라면 2019년엔 1천억원도 돌파할 전망이다.
2015년 10월에 문을 연 더한섬닷컴은 경쟁사 대비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LF의 전신인 LG패션은 이미 2000년에 공식 온라인몰 '패션엘지닷컴'을 연 후 2014년 현재의 'LF몰'로 리뉴얼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제일모직이 2000년대부터 운영해오던 직영몰 '패션피아'·'빈폴닷컴' 등을 통합해 2015년 9월 온라인몰 'SSF샵'을 선보였다. 코오롱몰의 전신인 '조이코오롱'도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주목할 점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국내 온라인 유통 환경 속에서도 더한섬닷컴이 노 세일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타임·마인·SJSJ·시스템 등 한섬 브랜드는 고소득층의 30~5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만큼, 백화점에서도 세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격이 안정화돼야 고급 이미지를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정상가 판매율을 높인 덕분에 한섬은 내수 경기 부진에도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섬이 다른 온라인몰에 입점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 브랜드는 오직 더한섬닷컴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더현대닷컴·현대H몰에도 입점하지 않았다"라며 "다른 온라인몰에 입점하면 유통사 정책에 따라 원하지 않는 세일을 해야 하는데, 온·오프라인 간 가격차가 커지면 브랜드 이미지와 매장 판매율 모두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상 브랜드사가 직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선 시중 가격 대비 저렴하게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20~30%의 유통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데다, 온라인몰을 이월 재고 소진 창구로 활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섬은 오프라인의 가격 정책을 온라인에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각종 특가 딜과 할인쿠폰을 선보이는 타 브랜드사 직영몰과 달리 더한섬닷컴은 일부 시즌 오프 제품에 한해서만 세일할 뿐, 나머지는 정가 그대로 판매 중이다. 사실상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VIP고객 중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에게만 제품을 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가격에 민감하지 않는 VIP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한섬의 VIP 고객(1회에 2천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 수는 약 3천명 정도로, 이 중 70%가 재구매율을 나타낸다. 더한섬닷컴이 VIP에 한해 옷을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는 홈 피팅 서비스 '앳 홈'을 론칭하는 등 VIP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섬은 온라인 채널로 마진율을 높이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라며 "또 자체 브랜드는 더한섬닷컴에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온라인상의 추가적인 고객 유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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