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화웨이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 구금 ·석방으로 미국과 중국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내 장비업계는 한국까지 영향을 받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을 통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돌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는 유선 통신장비의 경우 화웨이 장비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통통신의 경우도 일부에 한해 5세대통신(5G) 까지 채택된 상황이다.
16일 장비업체 고위 관계자는 "미군이 (한국에)화웨이 장비 철수를 종용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만큼 이번 사태의 혹시 모를 여파에 장비업체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는 유선장비의 경우 통신3사 모두 화웨이 장비를 채택해 운용하고 있다. 무선장비의 경우 2013년 LG유플러스가 LTE 장비를 들여온 이후 5G에서도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선정, 구축이 한창이다.
다만 LG유플러스의 경우 LTE 기지국 구축 시 미군의 요청으로 서울 용산과 경기도 평택, 동두천과 용인 등 일부 주한미군 주둔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기지국 구축에 있어 아직까지 주한미군 주둔 지역까지는 설치되지 않았으나, LTE 때와 마찬가지로 5G에서도 (주한미군 지역을 피해) 동일하게 기지국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한국도 불똥튈까 '노심초사'
LG유플러스는 현재 타사 대비 더 넓은 5G 커버리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 3월 5G 스마트폰 출시 전까지 경쟁사와 달리 커버리지 기반의 가입자 확대에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유플러스는 앞서 지난 2012년에도 LTE 전국망을 가장 빠르게 구축한 바 있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LTE 초기 가입자 순증 1위를 기록하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7일 발표한 이통3사 기지국 구축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3천858개의 5G 기지국이 구축됐고, 이중 2천947개가 LG유플러스용으로 나타났다. 전체 5G 기지국 수에서도 LG유플러스는 4천133개인데 반해 SK텔레콤은 817개, KT는 854개에 그쳤다.
LG유플러스의 발 빠른 기지국 구축은 기존 장비구축 현황과 전국망 로드맵 전략, 적기에 공급받은 5G 장비 수급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통신 3사가 5G 장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핵심 평가 요인으로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존 장비분포에 따라 5G 장비가 동일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큰 것.
기존 서울 LTE 기지국 분포는 SK텔레콤과 KT가 삼성전자 장비를,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우선으로 노키아 장비는 보조하는 형태로 구축했다. 즉, LG유플러스가 구축한 5G 기지국 대부분은 화웨이 장비일 가능성이 높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초기 커버리지 경쟁이 향후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구축)불균형은 장비 수급에 따른 차이로 보일 수 있다"며, "각 지역마다 다른 장비들이 배치되기 때문에 타 업체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단정하기 어려우나 화웨이 장비 공급이 원할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의 미국과 중국 통상갈등이 화웨이로 번지는 양상이어서 여파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동맹국 관련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 중단을 설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
이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화웨이 장비 사용에 더욱 민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에도 이 같은 압박이 현실화된다면 LG유플러스로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 확대여하에 따라 SK텔레콤과 KT도 영향권 내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는 "현재 화웨이 장비 구축과 관련해 어떠한 압박도 받은 바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 화웨이 "미 동맹국 배제 사실과 달라" 진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과 화웨이 배재 등 가능성에 대해 화웨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선 상태다. 미국 동맹국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화웨이는 일본 장비 배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정부기관과 공공부문에 대한 가이드 라인으로, 5G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 관방장관 역시 "특정 기업과 기기를 배제하는 것을 목적으로한 방침이 아니다"라며, 화웨이와 ZTE를 염두에 둔 게 아님을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일본 이통사도 화웨이 배제와 관련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LTE 서비스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 운영 중인 소프트뱅크는 화웨이 배제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다"고 부인했다. 일본 정부 방침을 준수하는 방향이나 향후 다양한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라는 것.
NTT도코모의 경우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5G 상용화를 위한 시험서비스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KDDI 역시 "정해진 사실이 없다"며, "앞으로의 동향을 주시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은 "화웨이는 중요 장비 제공업체로, 5G에서도 협력을 지속하겠다"는입장을 내놨다. 배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
이와 관련 화웨이는 "포괄적인 사이버 보안 체계와 우수한 보안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며, "화웨이 제품과 솔루션은 전세계 주요 통신사, 글로벌 500대 기업 및 수억명의 소비자를 비롯해 전세계 17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파트너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답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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