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의 최측근으로 불렸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의 '뉴롯데'호에 승선한 반면, 소 위원장은 42년간 몸담은 롯데그룹을 떠나게 됐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신격호 지우기'가 소 위원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 위원장은 19일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용퇴를 결정했다. 1977년 호텔롯데로 입사한 소 위원장은 롯데쇼핑 창립멤버로, 롯데 유통부문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롯데슈퍼, 코리아세븐 대표를 역임했으며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회공헌위원장을 맡았다.
롯데지주 측은 "이번 인사의 핵심은 차세대 인재로의 세대 교체"라며 "이런 점에서 그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성장을 이끌어 왔던 소 위원장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사회공헌위원장으로 활동한 건 2017년부터다. 당시 경영비리·국정농단 논란으로 롯데 이미지가 추락하자, 그룹은 신 회장이 맡았던 사회공헌위원장 자리를 소 사장에게 맡겼다. 중량감 있는 인사로 그룹의 사회공헌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다수의 요직을 역임하며 보여준 추진력도 높게 평가됐다.
그만큼 그룹 안팎의 신임이 두터웠던 소 위원장이 탄탄대로에서 밀려난 건 올해부터다. 그룹 내 '투 톱'이었던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가 올 초 진행된 2018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반면, 소 위원장은 사장에 유임됐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서 소 위원장의 승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까닭이다.
결국 소 위원장은 42년 만에 롯데그룹을 떠나게 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소 위원장을 중용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한다. 사실 소 위원장은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람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의 복심인 고(故) 이인원 전 부회장이 신 명예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러 갈 때마다 당시 롯데쇼핑 대표였던 소 위원장을 데리고 간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경영권 분쟁 이후론 신 회장 측근으로 완전히 자리매김 했지만 '신격호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늘 붙어다녔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 수업을 받을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황 부회장과 달리 소 위원장은 아버지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이번 인사에서 소 위원장을 비롯해 아버지 세대의 '올드 보이'들이 줄줄이 물러난 만큼, 신동빈 원톱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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