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초반 7나노(n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주도권을 대만 TSMC에게 내줬던 삼성전자가 점차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대형 IT업체인 IBM이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를 택한 것이다.
21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IBM은 20일(현지시간) 7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IBM은 클라우드, HPC(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등을 가동하는 데 해당 반도체 칩을 넣은 CPU(중앙처리장치)를 활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으로 IBM의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한다. EUV는 차세대 노광 기술로, 기존의 공정 기술인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훨씬 짧아 보다 세밀한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데 용이하다. 그만큼 미세공정에 적합한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유리하다.
7나노 공정은 차세대 반도체 공정 기술로 현재 삼성전자와 TSMC의 2파전 양상이다. 시작은 TSMC였다. TSMC는 지난 2분기부터 7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10나노 공정에서 삼성전자에 세계 최초 자리를 내준 만큼 빠르게 7나노로 뛰어들었다. 다만 삼성전자와는 달리 EUV 공정이 아닌 기존 ArF 공정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2월 경기 화성에 EUV 라인 기공식을 열며 7나노 공정에 대한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 이후 지난 10월 7나노 EUV 공정 양산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7나노 EUV 공정이 적용된 제품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될 전망이며, 화성에 건설 중인 EUV 라인은 내년 말 완공 예정이다.
TSMC는 7나노 공정 선점 효과로 올해 다수의 고객사들을 끌어들였다. 애플을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AMD, 퀄컴, 자일링스 등 유수의 IT 기업들이 TSMC를 고객사로 정했다. TSMC는 최근 미디어 브리핑에서 내년 100여개의 7나노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초반 7나노 파운드리 경쟁에서 TSMC가 삼성전자에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IBM이 이번에 삼성전자의 손을 잡으며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IT업체들의 위탁생산 주문 수주를 본격적으로 받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퀄컴과 7나노 공정 기반 5G 칩 생산 협력에 합의한 바 있다. 퀄컴의 모바일 칩셋인 스냅드래곤 855 역시 내년부터는 TSMC와 삼성전자가 병행 생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는 TSMC가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스템LSI사업부 소속이던 파운드리 사업팀을 독립된 사업부로 승격시켰다. 또 일찌감치 7나노 EUV 공정을 도입하며 시장 영향력 확대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올해 안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2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점유율 4위(6.7%)였던 삼성전자가 올해에는 14.5%로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현 삼성전자 파운드리 마케팅 담당 상무는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 기술로 IBM과의 10년 간의 전략적 관계를 보다 확장하게 돼 기쁘다"며 "이번 사업은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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