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폭로 정국의 분수령으로 여겨진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씁쓸한 모습을 남겼다.
참여정부 이후 12년 만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국회로 소환,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중대한 흠집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벼렸지만 '준비 부족'으로 빈축만 샀기 때문이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일방적 폭로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다. 청와대 입장에서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민간인 사찰, 블랙리스트 의혹이란 유리한 국면을 두고도 정작 '팩트 확보'라는 기본에 소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운영위 전체회의 오후 질의에서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많은 부처별 공공기관장들이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한 사실을 확인했다. 평생 모든 노력을 바친 그 자리에서 떠난 이유가 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조국 민정수석을 겨냥 비판의 수위를 올렸다.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폭로로 불거진 이른바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당은 김 전 특감반원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로 규정, 정권 차원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환경부가 올해 1월 작성한 이 문건은 환경부 산하 8개 기관의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 제출 의사 등 동향이 담겨 있다. 김 전 특감반원의 요청으로 환경부가 작성한 것으로 한국당은 이들 인사들을 사퇴시킨 자리에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민주)'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한다.
이만희 의원은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한 김정주"라고 소개한 한 인사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인사는 "자신이 환경부 블랙리스트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2017년 8월 30일 환경부와 기술원 노조, 환노위 여당 의원들의 지속적 괴롭힘과 모독, 폭행과 허위사실로 정든 직장을 떠났다. 지금 그 충격으로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을 못 이룬다"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문제는 이 인사가 20대 총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자라는 사실이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저 분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인데 저런 분이 무슨 낙하산 인사 피해자라고, 폭로라고 하는 거냐"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김정주라는 저분은 저희가 확인하니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신 분이다. 오해 없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도 "저 분 2014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임기 3년을 꽉 채웠다. 상임본부장 하면서 도중에 2016년 비례대표를 신청한, 오히려 부적절한 행동을 한 인사로 낙선되고도 3년 꽉 채우고 나타나서 우리가 괴롭혀서 나간 듯 행세하면, 오히려 우리 당이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색깔 공세'도 빈축을 샀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연임할 수 있는데 연임을 못하거나 자리를 지키는 데 모멸감을 느껴도 블랙리스트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이만희 의원을 두둔했다.
이 과정에서 "현 정부의 인사 관련 낙마자들은 참여연대 민변 출신들이다. 조국 민정수석도 서울대 법대 교수이면서 참여연대,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구속 전력이 있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참여연대로 구성된 시대착오적 수구 좌파 정권의 척수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정치에도 최소한의 금도가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운영위 회의를 방송으로 보고 속기록에 남을 것"이라며 "참여연대든 민변, 전대협이든 그간 역사에서 고통받은 이들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모독으로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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