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가 예상 밖 흥행하면서 저축은행업계도 들뜬 분위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업계 상황을 잘 아는 베테랑이면서 규제 타파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힘센 회장을 원했다. 민관 출신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렸지만, 타 금융권과의 IT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비교적 4차산업에 정통한 회장님을 바라는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혁신금융' 해인 2019년, 규제타파 적기"…공여한도·예보료 등 구체적 요구도
차기 회장의 1순위 과제이자 공로를 판가름할 척도는 규제 타파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원죄로 곳곳에 꽁꽁 묶인 규제벨트를 풀어낼 시기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이 '혁신금융' 기조를 강조한 만큼 저축은행 자율화에 힘을 싣기에도 적기라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당국과의 소통도 열쇳말로 꼽혔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뻔하지만 저축은행들의 바람은 올해도 규제 완화"라며 "올해와 내년은 최고금리 인하와 그에 따른 여파가 여전히 저축은행 순익에 영향을 미치는 등 중요한 해"라고 평가했다.
저축은행이 전국 79개사로 흩어진 데다 규모도 각양각색이다 보니 이들의 요구를 포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답변도 이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는 각 사마다 환경과 영업 행태가 워낙 다양하고 판이하다"며 "이들의 의견을 잘 듣고 수용할 의견과 그렇지 않은 입장을 구분해 이해시키는 일도 회장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와 예금보험료 등 저축은행 규제를 해소해달라는 구체적인 요청도 등장했다. 저축은행은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 20% 이내에서 법인 100억원, 개인 50억원으로 제한하는 동일차주 신용공여 한도를 지켜야 한다. 은행과 5배 차이가 나는 예보료도 갈등 요소다.
상위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는 20%룰만 지키면 돼 우리 업권을 찾아온 고객도 타 금융사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아무리 저축은행의 원죄라고는 하지만 저축은행 간 건전성 차등 없이 일괄 은행보다 다섯 배 많은 예보료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지역 저축은행을 지원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지방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떨어져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면 이미지가 다시 추락하게 된다는 우려다.
◆'입김 없는 인사'에 민관 7인 몰려…실무 베테랑 후보자에 방점
회장선거 흥행의 비결은 '입김 없는 인사'다. 정부의 인사 낙하산 논란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관 출신 인사를 단일 추천하기에는 부담감이 컸으리라는 분석이다. 통상적인 단일후보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안팎의 인물이 몰렸다.
달라진 분위기는 선거환경에서도 엿보인다. 밀실 인사를 없애도록 ‘공개 토론회’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11일 회장 후보자로 등록하며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해 후보자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과거에는 79개사 대표들의 과반수 표를 얻기 위해 지방 저축은행 대표들을 직접 찾아가 바닥을 닦는 관례도 있었다.
민 출신, 관 출신과 관련해서는 시각이 갈렸다. 관출신이 여전히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업황을 잘 아는 민 출신이 낫다는 평이 대동소이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저축은행 규제가 강해 관 출신 인사로 힘을 더 보태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서 정부의 금융감독원장 인사도 몇 차례 실패를 해 관출신 인사에 대한 부담이 있어 보인다"고 귀띔했다.
후보자가 워낙 많아 유력 인사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민관 출신을 가리지 않고 금융업 관련 경험이 긴 인사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정치적인 요소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후보들도 전망이 나뉘었다.
은행과 카드, 보험 등 타 업권과 IT경쟁력 부문에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4차산업,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제 업무환경에 적용할 만큼 열린 사고를 가진 회장을 바란다는 부연이다.
한편 이순우 현 회장은 특유의 소통 능력으로 업계의 좋은 평을 받았다. 일부 관계자들은 막판까지 연임 출마를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이순우 회장은 역대 회장들 중 눈에 띄게 '발로 뛰는' 회장이었다"며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회원사 소통 능력, 연계 영업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전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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