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금융권과 노동조합이 대표, 협회장 인사와 구조조정 우려, 임금협상 등 여러 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연말연초 임금협상과 인사, 임기 만료 등이 맞물리면서 비슷한 시기에 싸움이 몰린 탓이다.
국민은행이 파업을 강행하는 등 금융노조가 '강수'로 맞서고 있어 금융 실무공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회장님 마음에 안 찬다"…"회장님 뽑지 말아라" 대표 인사에 불만↑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 노조는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앙회 노조는 이날 공정성을 훼손하고 중앙회장 선거를 거래로 전락시킨 회장추천위원들이 전원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선거를 중단하고 새로운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며 "일부 회추위원이 연봉삭감 등을 부당하게 강요한 것에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후보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이는 회추위원의 월권행위로 명백히 공정성이 훼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회 노조는 '모든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노조는 "정당하고 합리적 요구가 외면당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4만 사무금융노조와 연대해 모든 투쟁을 불사해 나갈 예정"이라며 "금융위원회는 회원사의 예산통제와 불합리한 지배구조로 중앙회를 길들이고 회장 등 경영진을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고 있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이헌 전 국회의원이 저축은행중앙회장 면접 중 연봉삭감을 통보 받은 데에 '모욕행위'라고 지적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데에 따랐다. 한 전 의원은 "이런 행동은 '후보자들이 연봉만 즐기려는 무능한 자들'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심각한 모욕행위"라고 설명했다.
신한생명도 새 대표이사 인사를 두고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1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을 신한생명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신한금융은 16일 금융위원회에 오렌지라이프 편입을 최종 승인 받았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생명 지부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내정된 정문국 사장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대표 적임자가 아니다"면서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신한생명 노조는 "지난 2016년 이병찬 대표가 부임한 뒤 신한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년간 1.5배 성장했다"며 인사가 당위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금협상 평행선, 구조조정 골머리…싸움터 된 금융현장 '공백 우려'
국민은행 노조는 임금인상률과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등을 두고 사측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다 지난 8일 창립 19년만에 총파업을 진행했다. 노조와 사측은 11일 희망퇴직 등에 합의하며 극적 타결 가능성을 보였지만 분위기가 누그러지지 않으면서 2차 총파업도 예고하고 있다.
신한생명 노조가 정문국 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도 구조조정 우려다. 신한생명 노조는 "정 사장 내정자는 보험전문가가 아닌 구조조정 전문가"라며 "다른 지표를 분석해도 앞서가는 신한생명이 대표를 자체 발탁이 아닌 피인수기업 오렌지라이프에서 찾는 것은 신한생명 죽이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문국 사장은 오렌지라이프가 ING생명일 당시 부서 통폐합과 임원 감축을 단행했다. 알리안츠 생명에서도 성과급제 등을 도입해 성과중심 주의의 조직문화를 구축했다는 평이다.
이처럼 노조와 금융권의 파열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린 이유는 '철' 탓이 크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이어진 임금협상과 연말연초 인사, 회장 임기만료 등이 맞물리면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기 좋았다.
금융권 곳곳에서 잡음이 생기면서 실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민은행이 파업을 감행한 데 이어 금융사와 대치 중인 타금융사 노조원들도 '파업 불사'의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와 노조 각측의 입장도 이해를 해야하지만, 19년 만의 총파업을 바라본 금융소비자들의 충격도 상당할 것"이라며 "실무 공백 단계까지 가게 되면 노조 내부에서도 지나친 파행이라는 반발이 일어나 오히려 의견 합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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