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을 민영화한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인수 협상이 마무리되면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은 20년간 이어온 인연을 끊는다.
◆이동걸 "대우조선, 구주매각 리스크 높아…현물출자 방안 추진"
31일 이동걸 산은회장은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지분 55.7%을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의 기본 합의서를 산은과 현대중공업 양사가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의 정상화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조선산업을 빅3에서 빅2로 재편하는 방식의 민간 주인찾기에 돌입한다"며 "대우조선에 대한 유동성 공급, 채무조정, 자구계획 이행 등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은 마무리단계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주식 55.7%를 매각하는 방식이 매각사와 매수사 모두에게 위험이라고 봤다.
산은은 보유 주식 5천974만8천211주 현물출자와 함께 대우조선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1조5천억원을 지원한다. 대신 산은 앞으로는 전환상환우선주(RCPS)와 보통주가 신주발행된다. 현대중공업이 계열 조선사를 총괄하는 통합법인을 만들고 대우조선에 1.5조원을 출자하면 비율상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산은은 현대중공업과의 기본합의서 체결에 합의에 이어 삼성중공업 앞 의사확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중공업과의 계약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동걸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 누가 더 계약금액을 많이 써 내느냐는 단순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지금의 상황에서 산업재편의 효과까지 감안하면, 그에 따른 필요성과 가치 제고 등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현대와 우선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과는 구체적인 협의가 완료된 상황으로, 동일한 내용을 삼성중공업에 제시하고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의사가 있는 지를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이동걸 회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중공업에는 한달 가량의 시간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혈세 돌려 받을까'…이동걸 "정상화 이뤄지면 자금회수 가능성↑"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넘겨받으며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도 공식화됐다. 산은은 IMF로 대우그룹이 흩어진 1999년부터 대우조선을 관리해 왔다. 산은은 2008년부터 한화 등에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며 중단됐다.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동안 조선업계는 오랜 불황을 겪었다. 그 기간 산은이 투입한 공적자금은 13조원에 이른다. 2015년 이후로만 따져도 7조원이 넘는다.
이동걸 회장은 "공적자금 투입이 얼마가 되었느냐보다는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번 M&A도 공적자금 회수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선산업의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혈세 회수는 조선업 정상화의 다음 수순이라고 본 셈이다. 이동걸 회장은 "조선업 개편으로 업계에 퍼져있는 과잉 수주와 과잉 경쟁이 잡히면 고용안정이 이뤄지며, 소기한 목적을 달성한 국민의 혈세를 가급적 많이 회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자 자격의 지원은 지속하겠다고 이동걸 회장은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이번 거래가 성공되면 대우조선 최대 지위는 민간기업으로 이전되지만 산업은행은 주 채권자로서 정상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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