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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가 휩쓴 M&A 바람, 순진한 설 소원 빌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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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인수합병 앞둔 금융가, 임직원 불안 다독여야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인수합병에도 철이 있는 것인지 금융가도 매각과 인수 동정으로 소란스럽다. 일주일 사이 롯데카드와 손해보험의 예비입찰과 KDB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현물출자 소식이 전해졌다. 연말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가 신한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았고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를 두고도 무수한 M&A 점괘가 나온다.

롯데카드와 손해보험, 내달 예비입찰을 앞둔 캐피탈이 매물이 된 이유는 2017년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이 결정적이다. 롯데는 금융사를 매각하지 않는 방안까지 포괄해 개편 방안을 고심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시장에 공을 던졌다. 매각의 원인이 카드와 손보의 탓이 아닌 법리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내부 임직원과 롯데 지주의 아쉬움이 짙었다.

산은은 오랜 기간 연을 맺어온 대우조선을 내놓으면서 조선 산업에 보다 정통한 적임자가 민영사로서 대우조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명분을 댔다. 오렌지라이프는 2013년 MBK파트너스 팔린 뒤 매각을 위해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방법을 꾀한 뒤에야 겨우 신한금융과 만났다.

팔려야만 하는 사정은 다양하지만 임직원들의 해고 불안감은 다르지 않다. 인수합병은 단순한 몸집불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자연히 곳곳에 붙은 군살을 빼고 겹치는 부분을 정리한다. 필연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식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M&A를 앞둔 금융사 직원은 매각 소감을 두고 유구무언이라 했다. 안 팔리고 싶지만 솔직히 말할 수도 없단다. 엄마 품 떠나 만난 새 부모님이 형제자매를 다 받아줄지를 몰라서다. 그렇다고 새 부모님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상황은 더 걱정스럽다.

오렌지라이프와 한솥밥을 먹게 된 신한생명 노조와 산은의 우산을 떠나는 대우조선 노조도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신한생명 노조는 신한생명 신임 대표로 내정된 오렌지라이프의 정문국 사장을 두고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비판했다. 산은이 "(대우조선이)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던 만큼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인위적인 추가감원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매각과 인수를 앞둔 CEO들의 메시지도 구조조정 최소화에 방점을 찍는다.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와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가 임직원에게 매각 소식을 알리며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고용안정이었다. 김창권 대표와 김헌수 대표는 "우리 임직원들의 삶이 불안해지지 않을 최적의 인수자를 찾아 고용안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기업경영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인정을 좇아 경제논리가 수장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수합병은 변화의 기로인 만큼 들고남이 많고, 사업 효율과 조직 슬림화에 대한 이해도 충분한 때다.

다만 M&A의 거대담론에 묻힌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근처에 서 있다. 일자리 불안감을 얼마간이라도 염두에 두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산업과 기업의 정상화·경영효율과 고용안정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이지만 그 사이에서 금이 간 계란을 챙기는 일도 경영진의 몫일 테다.

모두가 행복한 경제란 순진무구한 바람이지만, 대명절을 앞두고 한번쯤은 고리타분한 희망을 돌아보고 싶다. 설을 맞아 다시금 한 해의 복을 비는 마음이 무겁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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