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경쟁사들의 보폭도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양측이 극도를 말을 아끼는 상황으로 최종 사인까지 막판 조율도 예상된다. 그러나 새판짜기가 본격화 됨에 따라 방송시장의 일대 격변 등 변화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CJ ENM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CJ헬로의 지분 매각과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및 논의 중에 있다"며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다만 인수 대상 기업 등 언급 대신 "향후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답했다.
기존 공시 내용보다 좀 더 내용이 구체화 됐다는 점에서 이번 M&A를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은 현재 "확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지분 매각이 이뤄진다는 신호"라 분석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관련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이와 관련 사전 설명 등은 없는 상태. 통상 이 같은 M&A 등은 인가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 등 정부 판단이 중요한 만큼 해당 주무부처에 사전설명을 갖기도 한다. 대체로 인수하는 업체가 찾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수 관련해서 사전 설명해온 곳은 없다"고 답했다.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새판짜기 시작 … 막판 조율 등 '변수' 촉각
그러나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번 지분 매각 등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및 점유율 추이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합산 점유율은 24.43%로 1위 사업자인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 30.86%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선다.
경쟁사의 대응도 주목된다. 지난 2016년 CJ헬로 인수에 좌절을 맛봤던 SK텔레콤과 합산규제가 일몰된 상황에서 KT가 이에 따른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양사 모두 케이블TV 업체 인수 문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 업계에서는 딜라이브가 합산규제 도입 반대를 공식화하면서 같은 입장인 KT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서울과 경기 등 알짜 지역을 보유한 티브로드가 유력 후보군으로 구분된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 인수시 점유율 23.83%로 동등한 경쟁 환경 마련이 가능하다.
◆인수확정해도 넘어야할 산 '산적'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역시 확정되더라도 이후 작업은 만만찮다.
방송법 제15조에 따르면 방송사업자 또는 중계유선방송사업자의 주식 또는 지분의 취득 등을 통해 당해 사업자의 최다액출자자가 되고자 하는 자와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전기통신사업법 제18조를 통해서도 주대주주변경인가를 받아야 한다. 심사기간은 각각 60일로 필요시 연장할 수도 있다.
공정위도 넘어야 할 산이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위해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내야 한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7조 제4항을 통해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를 검토하게 된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 불허에 대해 '아쉬운 사례'로 지목,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3년전과 달리 유료방송업계가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고, LG유플러스가 3위 사업자임을 감안했을 때 심사 통과가 보다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공정위 심사기간은 30일로, 이후 80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다만 LG유플러스가 지분 인수에 이어 CJ헬로를 합병할 경우에는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플랫폼 강화뿐 아니라 콘텐츠 역량 제고도 주목
LG유플러스는 IPTV 가입자 402만명에서 CJ헬로 인수를 통해 8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대비 IPTV 가입자 비중이 99%에 이르는 LG유플러스로서는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인수를 통해 LG유플러스가 유료방송시장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홈쇼핑송출수수료나 지상파와의 가입자당재송신료(CPS) 등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케이블TV업계 1위 사업자를 인수, 경쟁요인이 줄어들면서 가격 현실화와 마케팅 비용 축소, 더 나아가서는 유선망에 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절감시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추진하고 있는 5G 킬러 서비스로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보다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또는 CJ ENM 측에서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일부 매각 건이 협상 도마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계약 상에서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조항이 따로 추가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3사의 협약으로 토종 OTT연합 플랫폼이 상반기 내 출범을 앞두고 있어, 경쟁사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이 중 CJ ENM의 OTT 티빙은 이 연합에 빠져 있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도입 등 사업 내재화보다는 협력방향으로 로드맵을 맞추고 있어, 국내서는 티빙과 합을 맞출 수 있다.
또한 CJ헬로 매각으로 인해 CJ ENM의 콘텐츠 투자 여력 확보에 더해 LG유플러스와의 협력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구글와 손을 잡고 VR 콘텐츠 제작을 위한 펀드 조성에 나선 바 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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