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오미 기자] "제가 후보 등록 거부를 함께 하기로 한 약속에 묶여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를 안 하면, 개혁보수를 지지하는 당원들과 보수우파 가치를 지지하는 분들이 마음 둘 곳과 투표할 곳이 없는 아주 우려스러운 상황이 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전당대회 보이콧'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한 말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0일 홍준표 전 대표,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과 함께 제2차 미북 정상회담과 겹치는 전대 일정이 연기되지 않을 경우 후보 등록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전 대표가 바로 다음날(11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자, 오 전 시장은 그 다음날(12일) 출마로 입장을 선회했다.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은 오 전 시장이 입장을 선회하는 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홍 전 대표가 출마 철회 의사를 밝힌 날, 홍 전 대표와 나머지 당권 주자들을 찾아가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는 전대 보이콧 철회 기자간담회에서 "(지지를) 원칙적으로 동의해준 분들이 있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분도 있고 고민해보겠다고 한 분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항하는 '단일 후보'가 된 모양새가 자연스레 연출됐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 연출에 대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당권주자들과 관계자들은 "자기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은 각자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 오 전 시장을 지지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전대 보이콧'을 함께 하기로 했던 것도 오로지 전대 일정 연기에 입장을 같이 했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당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놓고 "전대를 다 같이 보이콧 해놓고 홍 전 대표가 빠지니 갑자기 혼자 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아, 8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랑 달라진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될 것 같은 것만 하고 자기 정치, 대권 욕심이 항상 앞서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말 당내에서 대권주자로 성장하고 싶다면 황 전 총리에 맞서 나머지 5명과 끝까지 함께 하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보이콧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1년 8월 24일, 오 전 시장은 서울시의회의 전면 무상급식 조례 공포에 반발해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당 지도부에선 시장직을 거는 것을 강력하게 만류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이라는 정치적 비중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향후 총선과 대선구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전 시장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대권 후보 이미지를 각인시키려고 주민투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오 전 시장은 결국 투표율 미달로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고 같은 해 치러진 10·26 재보선에서 민주당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내줬다.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오 전 시장이 사퇴한 날 "오세훈은 오늘로 끝난 거다. 사퇴는 당과 정기 국회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명예만을 위한 것"이라고 강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손꼽히는 '스타 정치인'이다. 수려한 외모만큼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변호사 시절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조권 침해 피해보상 판결을 받아내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MBC '오 변호사, 배 변호사'를 진행하면서 일약 스타 변호사로 떠올랐다. 이후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서울 강남구을)을 받아 당선, 정계에 입문했고 2004년 '오세훈법'을 통과시켰다. 정치적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 올린 법으로 평가 받는 '오세훈법'은 국회의원 지구당 사무실을 폐지하고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등을 금지했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한 그는 민선 서울시장 최초로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연임 서울시장 타이틀을 거머쥐며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쌓았다.
그러나 2011년 서울시장 중도 사퇴는 '대권욕심으로 인한 독단적인 판단'이라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어 여전히 그의 가장 취약한 정치적 아킬레스건으로 남아있다. 2019년 '전대 보이콧 단독 철회'는 2011년 '데자뷔'같은 느낌이 든다.
오 전 시장은 지난 7일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힐 때 '보수대통합'을 강조하며 "당 대표는 결코 '누리는 자리', '영광의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중심으로 다시 재건하는 '헌신의 자리'여야 한다"고 했고, 지난 12일에는 "더 이상 당과 보수의 몰락을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전대 보이콧 단독 철회'가 8년 전 처럼 '대권욕심으로 인한 판단'이 아니길 바란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