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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시장' T커머스, 기술·상품 차별화로 주도권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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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성장에 올해 시장 규모 4조 전망…각 업체, 취급고 늘리기 혈안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홈쇼핑 방송을 사전 녹화해 상품을 판매하는 T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업체들이 선점 효과를 노리고 차별화 경쟁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T커머스 시장은 전년보다 1조 원 가량 늘어난 2조8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는 4조 원대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T커머스 채널을 운영하는 곳은 10개로, TV 홈쇼핑 채널 수인 7개를 넘어선 상태다.

K쇼핑이 '기가지니 추천쇼핑'을 통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음성결제 쇼핑. [사진=KTH]
K쇼핑이 '기가지니 추천쇼핑'을 통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음성결제 쇼핑. [사진=KTH]

T커머스는 TV와 커머스(Commerce, 상거래)를 결합한 단어로, 지난 2012년 K쇼핑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2013년 쇼핑엔티가 등장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SK스토아, W쇼핑, 신세계TV쇼핑 등이 잇따라 등장했고, TV홈쇼핑 업체들도 별도로 T커머스 채널을 개설하면서 판이 커졌다.

지난해 업체별 실적은 K쇼핑이 전년 대비 56% 가량 성장한 5천800억 원의 취급고(거래액)를 기록해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인 신세계TV쇼핑의 취급고는 전년 대비 61% 늘어난 5천억 원을 기록했다.

3위는 지난해 한 자릿수의 TV 황금채널로 진입한 SK스토아가 차지했다. SK스토아는 KT 올레TV에서 30번 채널을 사용하다 지난해부터 4번 채널로 옮겼다. 덕분에 지난해 취급고는 전년 대비 218.4% 급증한 4천58억 원을 기록했고, 업계 순위도 5위권 밖에서 빅3로 올라섰다.

홈쇼핑 업체 중에서는 지난해 3천300억 원의 취급고를 기록한 CJ오쇼핑플러스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또 현대홈쇼핑플러스가 2천900억 원, GS마이샵은 1천542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일방향 방송인 TV홈쇼핑보다 앞으로 양방향 데이터 방송인 T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각 업체들이 자체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T커머스의 단점으로 꼽히던 상품소싱·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TV쇼핑 패션 프로그램 '오늘 뭐 입지'. [사진=신세계TV쇼핑]
신세계TV쇼핑 패션 프로그램 '오늘 뭐 입지'. [사진=신세계TV쇼핑]

T커머스는 아직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V홈쇼핑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아 그동안 상품소싱 역량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윤석암 SK스토아 대표는 "생방송을 하는 TV홈쇼핑에 비해 상품 수가 50% 정도 수준 밖에 안되고, 상품 소싱이 어려워 다른 업체에서도 판매하는 병행상품이 지금까진 많았다"며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업체를 개척하는 것이 그동안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T커머스 업체들은 올해 단독 상품 출시 등을 통한 상품 경쟁력 강화에 좀 더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스토아는 PB(자체브랜드) 상품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라이선스 브랜드와 직접 계약해 올 하반기부터 단독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상표권 출원도 진행 중이다.

김판수 SK스토아 커머스사업본부장은 "일단 패션, 트렌드 상품을 위주로 PB 물량을 늘려 20%까지 편성을 확대하고, 생활용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Btv와 연계해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서비스 상품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TV쇼핑은 모기업이 유통업체라는 장점을 앞세워 차별화된 상품을 연이어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와 공동기획해 판매한 '일렉트로맨 에어프라이어'는 3만7천 대가 완판됐으며, 신세계백화점과 공동 기획한 '엘라코닉'은 첫 방송 1시간 만에 2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 신세계TV쇼핑은 쇼호스트인 정예선 씨를 영입해 T커머스 최초로 명품 전문 방송을 선보였으며, 여행 전문 작가가 직접 상품을 소개하는 '여행 인문학 콘서트'를 비롯해 주연 배우가 직접 일일 쇼핑 호스트로 참여해 영화 티켓을 판매하는 등 상품 차별화에 가장 신경쓰고 있다.

최근 스포테이너 신수지를 크리에이터로 발탁한 K쇼핑은 올해 패션 상품을 강화하는 데 좀 더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수지와 손잡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건강·레포츠 제품도 선정해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모바일 쇼핑을 선호하는 젊은층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SK스토아 온' [사진=SK스토아]
'SK스토아 온' [사진=SK스토아]

T커머스 업체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기술 도입에도 적극 나섰다.

SK스토아는 지난해 4월 자체 제작이 가능한 미디어 센터를 연데 이어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4가지 상품을 동시에 송출하는 다원 방송, AR·VR 스튜디오, 음성주문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과 손잡고 TV 안에서도 모바일, 온라인처럼 다양한 상품을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플랫폼 'SK스토아 온(ON)'도 론칭했다.

'SK스토아 온'은 한정된 시간에 소수의 상품을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TV홈쇼핑과 달리, 채널 안에 또 다른 VOD 매장(카테고리)을 구성해 고객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TV 안에서 다양한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고객들은 지금까지 그 시간에 편성된 방송 상품만 전화로 주문해 구입할 수 있었지만, 'SK스토아 온'을 이용하면 TV에서 7개 VOD 카테고리를 선택해 원하는 상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SK스토아는 새로운 플랫폼 도입을 기반으로 오는 2021년 취급고 2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윤석암 SK스토아 대표는 "시간에 1개의 상품만 선보였던 기존 홈쇼핑의 한계를 벗어나, 온라인처럼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TV 홈쇼핑 채널을 선보이게 됐다"며 "기존 홈쇼핑 채널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서비스로 '차세대 TV 홈쇼핑 시장을 리딩할 것"이라고 밝혔다.

K쇼핑은 2017년 국내 최초로 TV쇼핑과 AI 음성인식 기술을 결합한 대화형 쇼핑을 론칭한 데 이어, 지난해 5월부터 목소리만으로 간편하게 결제 인증을 하는 음성 결제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였다. 또 작년 7월에는 AR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에서 360도 매장을 구현한 'AR마켓'을 출시했으며, 이달 말에는 이를 더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신세계TV쇼핑은 올해 모바일 사업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모바일 비디오 커머스인 '샐러드 M'을 통해 그룹 내 인기 상품을 모바일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SNS 광고 홍보를 통해 판로를 개척하는 등 기존 T커머스와는 차별화된 눈에 띄는 활동들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모바일 커머스 촬영에 최적화된 모바일 전용 스튜디오를 새롭게 오픈하기도 했다.

신세계TV쇼핑 관계자는 "올해 차별화된 상품, 콘텐츠 기획, 모바일 사업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상품·컨텐츠 차별화와 함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더 집중함으로써 다른 업체들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T커머스 업체들은 TV홈쇼핑과 '황금채널' 경쟁에도 보다 적극 나설 계획이다. K쇼핑은 지난해 스카이라이프 4번 진입에 이어 LG유플러스에서도 70번 채널에서 2번으로 옮겼다. 신세계쇼핑 역시 스카이라이프 12번, KT 2번에 옮기며 매출이 급격히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가 황금채널을 꿰차면서 TV홈쇼핑과 경쟁이 한층 격화됐다"며 "TV홈쇼핑의 성장세가 주춤한 사이 T커머스 업체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T커머스 업체들의 공격 행보에 기존 홈쇼핑 업체들의 수익성은 둔화되고 있다. 실제로 CJ, GS, 현대, 롯데 등 주요 홈쇼핑 업체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일제히 감소했다. CJ는 전년 대비 18% 줄어든 1천244억 원을 기록했고, GS홈쇼핑은 1천373억 원으로 5% 줄었다. 현대와 롯데도 영업이익이 각각 10.3%, 12.1%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T커머스 업체들이 상품 경쟁력 강화와 함께 ICT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황금채널 확보로 채널 인지도까지 높아지면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시장 초기와 달리 홈쇼핑 주고객층인 중장년층까지 T커머스로 많이 몰리고 있는 만큼 올해도 T커머스의 고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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