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결국 현대자동차그룹와의 싸움에서 참패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 공격에 대한 대폭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22일 오전 9시 열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의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현대차의 주총에는 출석주주 1만7천117명, 출석주식 1억6천772만1천695주(출석률 82.1%)가 참석했다.
엘리엇은 이번 주총에서 보통주 주당 2만1천967원의 배당금 지급(제1-2-2호)과 사외이사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 투자위원회 의장(제3-1-4호), 로버트 랜달 맥긴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제3-1-5호),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제3-1-6호) 등 3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내놓았다.
표결 결과 엘리엇의 안건 중 배당금은 11%의 찬성률을 받는 데 그쳤다. 리우 의장 선임은 19.1%, 랜달 회장 선임은 17.7%, 빌슨 이사 선임은 16.5%의 찬성표를 얻어 회사 측 안건을 이기지 못했다.
현대모비스 주총에서도 현대차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엘리엇의 안건 일체가 회사 측 안건에 크게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것이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 주총에서 보통주 주당 2만6천399원의 배당금 지급(제2-2호)과 이사회를 9인에서 11인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제3-2호), 사외이사로 로버트 앨런 크루제 주니어 카르마 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제4-1-3호), 루돌프 윌리엄 C. 본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제4-1-4호) 등 2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제안했다.
표결 결과 배당안은 11%의 찬성률로 부결됐고, 정관 변경안은 21% 찬성률에 그치며 출석주주의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역시 부결됐다. 로버트 앨런 선임은 19.2%, 루돌프 윌리엄 선임은 20.6%로 회사 측 제안에 밀렸다.
엘리엇은 지난해 5월 현대차가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냈지만 10개월 만에 개최한 정기 주총에서는 완패했다.
엘리엇은 앞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다며 법원에 주총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하며 합병을 저지하고 나섰지만 주총 표 대결에서 패배한 바 있다.
삼성물산 주총에는 의결권있는 주식 1억5천621만7천764주(참석률 83.57%)가 참석했다. 당시 안건이 특별결의였던 만큼 출석주식의 3분의 2(55.71%)의 찬성이 있어야 했는데, 이보다 15% 가량 높은 69.53%의 찬성률로 승인됐다.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의결권있는 주식 85.8%가 참석했다. 삼성물산과는 달리 찬성률이 공개되지 않았다. 주총 의장이 현장을 찾은 주주들에게 안건 통과를 묻고 승인을 발표하며 싱겁게 마무리 됐다.
엘리엇이 이번 현대차그룹 주총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주총 때보다 압도적인 차이로 회사 측에 지면서 위상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향후 한국기업에 대한 공세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간 펼쳐왔던 전략에 수정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4년 전 삼성그룹과의 대결에서 진 이후 현대차그룹과의 대결에서는 그보다 더 큰 표차로 지면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엘리엇의 한국기업에 대한 공세의 대폭적인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엘리엇이 국내 기업들과의 대결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경영권 간섭에 더 이상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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