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처리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제출 받은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을 거절하면서 생긴 일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상징성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고리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이 산업은행에서 거절 당한 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매각과 사재출연을 놓고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섰다.
무엇보다 박 전 회장 입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그늘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는 11조4천억원 수준으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재계 자산순위 25위이다. 그룹 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6조8천억원)은 59.6%인데, 만약 매각될 땐 그룹 자체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도 빠져 주요 그룹군에서 이탈하게 된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처리에 고민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에 박삼구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천900주를 추가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5천억원의 자금 요청을 담은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또 3년 안에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안은 산업은행에 이어 금융당국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일단 산업은행 주재로 진행된 회의에서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계획안을 거절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최 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이 뭐가 다른지 의아하다”며 “경영이 달라질 만하다고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박 전 회장의 선택 카드도 좁아졌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하는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을 결정하든지, 아님 눈물을 머금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선택의 카드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이 두 카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는 녹록지 않다. 박 전 회장 등 사재출연의 경우 추가로 내놓을 담보가 마땅하지 않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박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금호고속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재 박 전 회장(31.1%)과 아들 박세창 사장(21%)의 금호고속 지분은 총 52.1%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중 42.7%가 금호타이어에 대한 차입금 담보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 담보를 풀기 위해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를 경영할 때 받았던 대출금 2천500억원의 상환이 필요하다.
또 나머지 9.4%는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 계열사 차입금 담보로 잡혀 있는 실정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박 전 회장의 개인자산이 있더라도 사재출연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산이 필요해서다.
사재출연이 어렵다면 결국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다.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상 박 전 회장(아들 박세창 사장 지분 등 총 52.1%)→금호고속(45.3%)→금호산업(33.5%)→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은 지배구조 상단에 있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린 구조인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기준 집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룹 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중요성이 눈에 들어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에어부산(44.2%), 에어서울(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배구조 하단에는 금호리조트와 금호티앤아이 등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조만간 구체적인 자산매각 계획 등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을 다시 산업은행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다시 제출하는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에 어느 정도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안을 산업은행에 다시 제출하더라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할지는 모르겠다”며 “결국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나 사재출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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