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아이돌그룹과 청춘스타들이 젊음을 무기로 시중은행 모델 자리를 꿰차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방탄소년단(BTS)으로 신드롬을 부르면서 벤치마킹의 바람이 분 셈이다.
시중은행의 광고 플랫폼이 텔레비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동하면서 국경 없는 글로벌마케팅 시대도 열렸다. 한류 청춘스타들이 이 글로벌 마케팅의 엑셀러레이터로 나섰다.
◆믿음직한 국민삼촌서 설레는 국민남친으로…"BTS 천하"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모델이 아이돌그룹과 청춘배우로 재편성됐다.
KEB외환은행의 장수모델로 꼽히던 지진희와 하나은행의 안성기, 기업은행의 차인표·송해, KB국민은행의 이승엽, 신한금융의 이영애, 우리은행 유재석, NH농협은행의 설경구·최민식·송강호의 공통점은 ‘믿음직한 이미지’였다.
2010년대의 끝이 다가오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국민은행이 보이그룹 BTS로, 신한은행이 워너원으로 '잭팟'을 터트렸다. KEB하나은행이 손흥민 선수, 래퍼 김하온을, 우리은행이 블랙핑크를 각각 모델로 기용했다.
신한은행은 워너원의 바톤을 청춘스타 박보검에게 내밀었다. 농협은행도 배우 정해인을 모델로 발탁해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청춘 마케팅은 2030세대 신규 고객이 주요 대상이다. '주거래은행'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사용될 만큼 한 은행을 꾸준히 이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기존 고객의 통장을 바꾸는 것보다 새 고객을 유치하는 게 쉽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지난해 6월 출시한 'KB X BTS적금'은 출시 6개월여 만에 27만좌가 판매됐다. 예치금도 2천300억원을 넘어 통장 소장용으로 가입한 '유령고객' 걱정도 덜었다. 당초 이 적금은 판매 기간이 지난해 말까지였지만, 고객의 요청에 판매 기간을 두 차례나 미뤘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은 이미 충분한 신뢰도를 쌓았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중장년층 고객을 다른 은행에서 빼앗아오기보다 사회초년생 고객을 노리는 편이 신규 가입자 확대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평했다.
◆'한류스타' 팬덤 업고 글로벌 인기 노린다
한류스타 아이돌 마케팅은 광고 플랫폼의 변화와 맥을 함께한다. 신 광고 플랫폼은 텔레비전, 지면 광고처럼 분량에 구애를 받지 않고 심의허들도 낮다. 플랫폼 이용료도 없거나 아주 적어 진입하기도 수월하다. 광고를 붙이면 반대로 수익을 따내는 것도 가능하다.
BTS가 국민은행 모델로 대히트를 친 영향이 컸다. TV광고에서는 젊은 이미지를 전달하는 한편 유튜브 채널에서는 아예 금융권과 아이돌그룹의 합작 뮤직비디오를 방영해 문화전파를 노렸다. 유튜브 조회수 1천만뷰를 넘겨 은행 광고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썼다.
최근 발매한 BTS의 신규앨범 ‘페르소나’가 빌보드200 차트에서 1위를 재차 달성하면서 국민은행의 글로벌 마케팅에도 날개가 달릴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최소 이번 한해까지는 BTS와의 계약을 유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모델 블랙핑크도 신곡 '킬 디스 러브'를 빌보드 핫100에 차트인 시키며 글로벌 마케팅의 시동을 걸었다. 우리은행도 블랙핑크의 컴백에 맞춰 신곡 컨셉트와 우리은행의 이미지를 접목한 새 영상광고를 공개했다.
정해인과 박보검 역시 출연 드라마의 동남아 진출과 스스로의 매력 덕분에 동남아지역에서 인기가 좋다.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비용부담을 감안하더라도 청춘모델들을 계속 기용할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그룹이나 배우들의 몸값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 번의 광고로 국내외 홍보효과를 모두 노릴 수 있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영상을 실어 나르며 퍼지는 속도도 전에 없이 빠르다"고 전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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