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IBK기업은행이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소리 없이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순이익에서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신한금융, KB금융, 우리금융에 이어 금융업권내 4위로 뛰어올랐다. 우리금융도 근소한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1분기에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순이익 5천570억원을 달성했다. 하나금융의 5천560억원보다 10억원 많다. 게다가 우리금융의 순이익 5천686억원에 비해서도 116억원 밖에 뒤지지 않는다. 내친김에 3위 자리까지 노릴 기세다.
◆중기대출 비중 80%…핸디캡 딛고 성과
기업은행이 하나금융을 앞선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2015년 기업은행의 연결순이익은 1조1천505억원으로 9천97억원에 머문 하나금융을 웃돌았다. 이 때 우리은행(1조754억원)에도 앞섰다.
이후 부동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급팽창, 다른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기업은행은 5위에 안주해야만 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여신의 80%에 육박하는 기업은행으로서는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말 현재 기업은행의 총여신 197조원 중 중소기업 대출이 155조원으로 78.7%를 차지한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맞대결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독보적인 중기금융 역량을 밑거름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총대출이 4조4천억원 늘어난 가운데 중기 대출이 3조8천억원 증가했다. 국내 전체 중기 대출잔액 682조원 중 기업은행이 155조원을 차지, 작년말 22.5%였던 점유율이 22.7%로 높아졌다.
◆비 올 때 우산 뺏지 않는다
특히 시중은행이 외면하는 고위험 고객인 영세기업, 저신용기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2017년 기준 기업은행 여신에서 B+이하의 저신용등급 점유율이 무려 54.6%에 달한다. 시중은행 평균인 11.3%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시중은행들은 여신을 축소한 반면 기업은행은 오히려 자금 공급을 늘려 고성장의 토대로 삼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2002년 카드사태 때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순증 점유율이 73.6%였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91.2%, 2011년 유럽재정위기 때는 106.9%에 이르렀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다’는 전략으로 중소기업의 금융 안전판이자 디딤돌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실적 성장도 이룬 셈이다.
◆텃밭 중기대출 경쟁 격화…"자신 있다"
최근들어 기업은행의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인해 텃밭인 중소기업 대출시장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가계대출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가중치를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15% 줄일 계획이다. 오는 2022년부터는 중기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도 100%에서 85%로 낮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마다 기업대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믿는 구석은 창립 이래 58년간 중소기업과 함께 하면서 쌓아온 유형, 무형의 노하우다. 경기둔화 우려와 중기대출 경쟁 심화에도 중기금융 리딩뱅크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는 한편 체계적인 건전성 관리로 내실성장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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