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한진그룹이 안팎으로 위기에 맞닥뜨렸다.
밖으로는 경영권 위협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안으로는 오너 간 경영권 분쟁 조짐이 일면서다. 최근 처한 현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의 3남매 사이에 후계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지속적인 지분 확대를 통해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외부세력의 위협이 동시에 벌어지며 진통을 겪고 있다.
한진그룹의 위기는 사실상 조양호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본격화 한 모양새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LA에서 치료를 진행, 4월 만인 지난달 8일 결국 숙환인 폐질환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한진그룹은 외부로부터 경영권을 향한 견제의 강도가 높아지며 긴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대규모 지분을 확보, 올해 정기주총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직 박탈에 핵심역할을 했던 KCGI(강성부펀드)가 있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양호 회장 별세 직후에도 지분 사들이기를 지속하며 현재는 최대주주와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한진칼 최대주주는 아직 조양호 전 회장(17.84%)이다. KCGI는 첫 지분 공시 이후 5개월 만에 추가로 약 6%에 달하는 지분을 매입, 지난달 24일 기준 지분율을 14.98%까지 끌어올렸다. 최대주주와의 지분율 차이는 2.86%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의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상속세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으면 주식으로 대납해야 하는데 이 경우 KCGI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뺏길 수 있어서다.
세 사람이 조양호 회장이 남긴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가라"는 유언에 따라 지분을 나눠 상속하고 이에 맞춰 상속세를 분담하면 KCGI의 공세로부터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지켜낼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3남매 사이에 후계자리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10일 2019년 대기업집단지정현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5일로 연기했다. 한진그룹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서다. 총수를 의미하는 동일인을 확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현재까지 조양호 전 회장의 공식적인 후계자는 조원태 회장이다. 한진칼은 조양호 전 회장 발인 일주일 여만인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조원태 사장의 대표이사 회장 선임을 결의, 그를 공식적인 총수로 인정했다.
그러나 동일인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세 사람이 후계자 자리를 두고 이견이 있음을 보여줬다. 일단 15일까지 공정위에 동일인을 확정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게 한진그룹 입장이지만 내부 갈등이 매듭지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조원태 회장은 2.34%,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1%, 조현민 전 전무는 2.30%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비슷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들 간에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쉽게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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