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첫날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양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만큼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코스피는 4개월 만에 2100선을 하회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안겼다.
10일 코스피는 전일 3% 하락을 만회하는 듯 2118.42로 상승 출발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전환해 장중 2090.77까지 떨어졌다. 코스피가 장중 21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1월16일(장중 저점 2091.92)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 국내 증시 상당한 하방압력…"1950선도 대비해야"
코스피의 이 같은 급락은 미·중 무역협상이 갈수록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는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진척이 없자 10일 0시1분(현지시간)을 기해 2천억달러 규모의 5천700여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미국은 또 지금까지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는 3천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욱이 미국의 관세인상 단행 전인 이날 협상에서 양국이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란 기대감마저 깨지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대량 매도세로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실제 오후 들어 외국인이 판 코스피 주식은 2천800억원어치를 뛰어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변동성이 한층 높아져 시장이 상당한 하방 압력에 노출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둘러 부분적인 합의를 할 이유가 적은 트럼프는 종합적인 합의 타결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중국도 최근 강경 스탠스로 돌아서면서 단기간 내 극적 타결 가능성은 한층 더 줄어들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협상 결렬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며 "코스피 1950선까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관세 인상으로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공포 지수가 상승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며 "특히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위축, 물가 상승 우려가 순차적으로 확대돼 주식시장의 급락이 예상된다"고 조언했다.
미·중 무역갈등이란 암초 못지않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자체가 높아져 있던 점도 지수 낙폭을 키운 배경이란 설명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2100선을 하회하는 등 급락하면서 이제 투자자들의 궁금증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가 됐다"며 "현재 국내 증시 급락의 가장 큰 배경은 미·중 무역갈등이지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것도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 12M FWD PER(향후 12개월 이후 예상 주가수익비율)은 11.3배까지 올라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높아져 있었단 게 하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인상에 대해 그간 국내 증시가 오히려 인상 이후 잠잠했다는 점을 근거로 지수가 전저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스트래지스트는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을 경고했을 때 주가 변동성이 더 커졌고 관세를 부과한 후에는 주가 반응이 크지 않았다"며 "그간 관세 인상 후 (국내 증시에) 큰 변동이 없었단 점에서 향후 지수 반응을 대략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