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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생수, 온라인 타고 '폭풍 성장'…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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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평준화·유통채널 다변화…"시장 지각변동 일어날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제주 삼다수'의 독주 속 롯데칠성과 농심이 축을 이루고 있는 생수 시장이 온라인 저변 확대와 함께 꿈틀대고 있다. 쿠팡·티몬을 비롯한 E커머스 선두 업체들이 자체제작(PB)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으며 기존 업계 강자들도 전용 어플리케이션 출시 등 적극적 전략을 구사해 맞대응하고 있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 생수 시장 규모는 1조3천600억 원 규모다. 같은 조사의 2014년 결과 6천40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유로모니터는 현재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23년 국내 생수 시장은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생수 시장의 성장을 불러온 것은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온라인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닐슨코리아가 오프라인 채널 판매 기준으로 조사한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 규모가 8천315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을 보면 온라인 시장이 차지하는 규모가 최대 5천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생수 시장 성장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1인 가구 증가다. 1인 가구에게는 월평균 3만5천 원 이상이 드는 정수기 렌탈 비용에 비해 온라인으로 생수를 구매하는 것이 절반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새벽 배송 등의 신유통 프로세스가 일반화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이렇게 '폭풍 성장'하는 생수 온라인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체는 E커머스 업계 선두주자 쿠팡과 티몬이다. 이들은 온라인 구매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PB상품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쿠팡은 2017년 PB제품 '탐사수'를 론칭해 시장 공략에 가장 먼저 나섰다. 티몬이 쿠팡의 뒤를 이어 '236미네랄워터'를 선보였고, 현재까지 누적 판매 3천만 병을 달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의 특성을 살려 브랜드 로열티, 유통마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합리적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생수 시장이 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생수를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1위 제주삼다수의 모바일 앱 주문량은 4개월만에 약 4배 성장했다. [사진=제주삼다수]
업계 1위 제주삼다수의 모바일 앱 주문량은 4개월만에 약 4배 성장했다. [사진=제주삼다수]

후발주자의 '도전'에 기존 강자들은 모바일 역량 강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를 유통하고 있는 광동제약은 지난해 8월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정기 배송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 모바일 앱은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꾸준히 주문량이 늘어 지난달 월 주문 건수 1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1월 주문 건수인 2천780건 대비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삼다수는 모바일 부문에 집중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지속적 고객 유입이 이뤄져 현재 누적설치 6만 건을 돌파했으며, 앞으로도 생수 시장의 새로운 배달 서비스 선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12.3%를 점유하고 있는 업계 2위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13년부터 이미 온라인 영역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롯데쇼핑 앱에 생수 카테고리를 신설해 맞춤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이시스' 자체 배송 어플리케이션도 선보이며 일찌감치 모바일 환경으로의 시장 전환에 대응할 준비도 마쳤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온라인 시장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사이 온라인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대부분의 매출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이 지난 3년간 매년 70%에서 170%까지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큰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며 "아직은 오프라인 비중이 크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 차원에서 온라인에도 직영몰 중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3위 농심은 백두산에서 원수를 채취해 형식상 수입 생수로 취급돼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백산수'의 상황을 고려한 프리미엄 전략을 선보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서의 백산수 매출을 오는 2025년까지 5천억 원 규모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백산수 생산 라인을 증설한 상태다. 이와 함께 에비앙 등 글로벌 생수 업체 설비를 생산하는 독일 크로네스사와 제휴해 보틀링(물을 병에 담는 것) 작업을 수행하는 등 품질 향상 조치를 취했다.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출시해 주문 시 5%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날을 지정하면 지정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현지 공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철도망을 구축해 백두산에서 편의점까지 1주일 이내 납품되는 시스템을 정립하는 등 유통 역량도 강화했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백산수 어플리케이션의 주문량이 2017년 대비 90% 정도 늘었고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170% 늘었다"며 "앞으로도 모바일 시대 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 '백산수'는 중국에서 한국까지 1주일만에 공급되는 유통망을 구축했다. [사진=농심]
농심 '백산수'는 중국에서 한국까지 1주일만에 공급되는 유통망을 구축했다. [사진=농심]

E커머스 업계로 대표되는 '신진 세력'과 기존 강자들의 정면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식음료업계 '공룡'들도 연이어 생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휘오 순수'와 '강원 평창수'에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올해 내 '울릉샘물'을 출시해 생수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울릉샘물'은 '제주삼다수'에 이은 시장 2번째 화산 암반수로 LG생활건강 생수 사업 부진 타개의 원동력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현재 '울릉샘물'은 출시 계획 중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프리미엄·일반 시장 진출을 결정해 적극적으로 판로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에 이어 오리온도 올해 하반기 제주 용암수로 만든 '기능성 생수'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며, 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 공룡들도 최근 저가 PB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푸드는 '제이원'을 매각하며 3년만에 생수 사업에서 손을 뗐다. [사진=신세계푸드CI]
신세계푸드는 '제이원'을 매각하며 3년만에 생수 사업에서 손을 뗐다. [사진=신세계푸드CI]

하지만 생수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 일부 업체들은 사업 정리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6일 2016년에 인수한 생수 제조 자회사 '제이원'을 매각하며 생수 사업을 정리했다.

신세계푸드는 건강 중시 트렌드가 생수 시장 성장을 이끌 것이라 예상해 '제이원'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7년 먹는물 관리법 위반 행정처분을 받아 영업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영업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환경 개선공사 중 원수 품질 불안까지 발견되며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생수 시장은 '제주 삼다수'가 독주해 오던 지금까지와 분명 다를 것"이라며 "품질이 이미 상향 평준화된 만큼 유통 경쟁력 혹은 이미지로 승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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