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두고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추궁론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재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앞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보유 지분(33.47%)에 대한 차등감자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7월 중 입찰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M&A 작업을 앞두고 있지만 말들이 많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자금이 투입이 예정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채권단은 앞서 금호산업의 지분매각을 조건으로 ▲영구채 5천억원 ▲크레딧라인 8천억원 ▲보증한도 3천억원 등 모두 1조6천억원의 자금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산업은행은 이런 차원에서 4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채 4천억원을 사들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2018년 감사보고서의 한정의견과 지난해 4월 채권단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 갱신으로 위기를 맞았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완전 퇴진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결국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워야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방법으로 거론된 것이 대주주 감자다. 경영실패로 아시아나항공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금호그룹이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다. 현재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는 약 4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앞서 지난달 이번 M&A와 관련해 "자본잠식이 안 돼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주주 차등감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금호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과거 여러 차례의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차등감자를 실시한 바 있다"며 "금호그룹에 대해서만 대주주 감자를 하지 않겠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동부제철,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한국지엠, 한진중공업 등 최근 몇 년 새 진행했던 다수의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감자를 요구하거나 이를 실행에 옮긴 전례가 있다.
2013년 STX조선해양, 2014년 동부제철에 대해서는 대주주 100대 1 차등감자를 실시했다. 2016년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대주주 감자를 통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한 바 있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무상소각 후 10대 1 비율로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2018년에는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엠 본사의 차등감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자본잠식에 빠진 한진중공업에 대해 최대주주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다만 당시 해당 기업들은 완전 또는 부분 자본 잠식 상태였다. 반대로 아시아나항공은 4월 영구채 발행 전인 1분기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다. 이동걸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만큼은 감자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통해 금융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대주주 감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차원에서 대주주에 대한 대규모 감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융지원의 조건으로 대주주의 감자를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대주주 감자조차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세금을 허투루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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