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우리금융과 롯데카드의 끊어졌던 연결고리가 다시 이어졌다. 지난 21일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처음 선정했던 한앤컴퍼니를 배제하고,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변경하는 반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고배를 마신 것처럼 롯데와 MBK의 협상도 어떻게 진행될 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앤컴퍼니와 같은 대주주 적격성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계약 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MBK가 롯데카드 인수자로 최종 확정될 경우 우리금융으로서는 향후 롯데카드를 가져올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사모펀드인 MBK로서는 몇 년 후 지분 재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 지분 20%+α 확보 가능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고, 이와는 별개로 MBK에 인수금융을 주선해 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인수금융 규모가 얼마가 될 지는 아직 미정이다.
MBK는 롯데카드 기업가치를 1조6천억원으로 평가, 인수가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는 롯데그룹측에 남기고 80%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1조6천억원으로 인수금액이 확정된다고 가정하면 MBK가 지분 80%를 사들이는 금액은 1조2천8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3천200억원을 담당한다.
MBK가 9천6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절반 정도인 5천억원을 우리은행이 인수금융으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인수금융에도 우리은행 자금이 들어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수금융을 모집할 때 신뢰차원에서 주선자도 20% 정도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5천억원 중 1천억원을 우리은행이 추가로 납입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이 경우 롯데카드에 대한 우리은행 지분율은 26.25%로 높아진다.
◆롯데·우리카드 합병시 지분 20% ‘키’ 역할
특히 우리은행이 인수키로 한 롯데카드 지분 20%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추후 롯데카드와 우리카드가 합병으로 이어진다면 20%의 지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양사가 1대 1의 비율로 합병할 경우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60%에 달하게 된다. 롯데카드가 시장점유율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 50%의 프리미엄을 줘서 1.5대 1로 합병하더라도 우리은행은 52%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우리카드 순이익이 1천265억원으로 롯데카드의 1천113억원보다 오히려 많았다. 올 1분기 순이익도 우리카드 240억원, 롯데카드 265억원으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수익성을 따지면 롯데카드 기업가치를 50%까지 높게 매기기는 힘든 실적이다.
MBK가 보유하는 지분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합병하는 방식으로도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셈이다.
우리은행은 지분 20% 인수가 인수금융을 따내기 위한 FI(재무적 투자자) 투자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금융 주선에 따른 수수료와 이자 수입만을 위한 반대급부로 수천억원을 위험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향후 롯데카드를 인수하거나 합병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병언 기자 moonnur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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