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를 하도급업체 기술유용 혐의로 임원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4억3천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중공업과 이 회사에서 분사한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대표적 건설장비 업체다. 굴삭기 등 건설장비 부품의 납품가격을 낮추기 위해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들에 전달, 견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6년 굴삭기 부품인 하네스(전선 집합체) 구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납품업체 다변화를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도면을 다른 하네스 업체에 전달,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고 견적을 내는 데 사용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현대중공업은 도면을 전달한 제3 업체에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한 결과, 기존 공급처의 공급가를 최대 5%까지 인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하네스 공급업체 입장에선 도면에 제작상 필수적인 부품 정보, 작업정보들이 기재돼 있는 만큼 유출 시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건설기계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건설기계사업부를 2017년 분사한 회사다. 현대건설기계도 3개 하도급 업체가 납품 중이던 13개 품목 도면을 3차례에 걸쳐 제3 업체들에게 전달,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고 견적을 내는데 활용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의 지게차용 배터리 충전기, 휠로더(불도저) 신규 모델 드라이브 샤프트, 굴삭기 유압밸브 등 다른 건설기계 핵심 부품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적발됐다.
또한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5년부터 건설기계 사업부 분할 전까지 38개 하도급 업체 대상 396건에 대해 기술자료 요구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기계도 24개 하도급 업체 대상 118건에 대해 요구절차를 위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3자에게 제공한 후 공급업체 변경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현행법상 금지된 기술유용에 해당하는 명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3~4개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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