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설을 두고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일 뿐'이라는 말로 선을 그었지만 5일 하반기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하 확산과 국고채 금리의 하락세, 성장률 하향조정이 맞물리면서다.
한은이 금리 유지 입장을 고수했지만 기준금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은 요동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국제 경기둔화로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 등 국제사회의 기준금리가 잇달아 내려가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하·금리 하락세·성장률 조정…지표 '역행'
호주중앙은행(RBA)은 4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호주의 금리인하 배경도 경기부양이다. 필립 로 총재는 성명에서 "고용 성장을 촉진하고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에 부합할 것이라는 더 큰 신뢰를 주려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호주와 우리나라의 금리 등락이 비슷한 양상을 띠었던 때도 잦다. RBA가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국내 시장에 미칠 여파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컨퍼런스 연설에서 "이들(무역) 이슈가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알 수 없다”면서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그랬듯, 탄탄한 고용시장과 목표치 2% 안팎의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부연했다.
국고채 금리도 기준금리를 꾸준히 밑돌고 있다. 4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5bp(1bp=0.01%) 내린 연 1.570%로 장을 마감했다. 기준금리 1.75%와 비교해 0.18%p 낮은 수치로 3거래일 연속 같은 기조를 보였다. 1년물과 5년물 역시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4%로 수정되면서 기름을 부었다. 금리인하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성장률 하향수정은 지난 1~3월 동안 건설투자와 총수출이 더 내려앉았던 탓이다. 전기대비 -0.4% 성장은 2008년 4분기(-3.2%) 이후 41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다만 한은은 별도 설명자료에서 "국민계정의 기준년 개편 결과도 반영해 과거 시계열이 모두 조정됐기 때문에 속보치 대비 수정 정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소수의견 등장에 한은 '굳건한 입장'도 균열
앞서 5월 3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조동철 위원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여태껏 '만장일치'로 금리 유지를 주장해 온 한은의 완강한 입장에 균열이 간 셈이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이 금리인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라며 "총재로서 전달하는 것은 금통위 다수의 견해로 (소수의견을) 금통위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건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시장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소수의견은 금리변화의 '깜빡이'라는 인식이 우세해,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고채 10년물은 물론 20년, 30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당일 정오를 기준으로 국채 20년물 지표물은 1.743%, 30년물은 1.741%로 각각 3.2bp씩 하락했다.
이날 한은은 조동철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발표했다고 전하며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 내역을 담은 자료를 공개했다.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가 임기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소수의견은 모두 18번 나왔고, 이중 실제로 인하나 인상 결정과 근접한 소수의견도 있었다. 2014년 7월과 9월 정해방 전 금통위원의 인하 소수의견 뒤 금리인하까지는 한 달이 소요됐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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